[이경수 칼럼] 비정규직이 없어야 나라가 산다

 




우리나라 기업은 그동안 정규직의 해고 여건이 너무 까다로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정부는 몇 년 전 정규직의 해고 여건을 완화하여 기업의 부담을 줄여 주게 되면 실업자와 비정규직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거란 여론 몰이를 했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기업 집단의 줄기찬 로비에 홀딱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기업이 정규직의 해고 여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비정규직만을 고용해 왔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업은 지금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정규직조차 최대한 빨리 줄인 뒤 비정규직으로 바꾸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 비정규직을 고용한 업체에서 정규직과 차별 없는 급여를 지급해 왔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급여를 정규직보다 훨씬 더 많이 지급해 왔어야 맞다. 특정 직종이긴 하지만 실제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에겐 정규직보다 훨씬 더 많은 급여를 줬었다. 그래서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정규직으로 있던 사람들도 자진하여 비정규직으로 전환 했었다. 언제든 해고되기 쉬운 비정규직이긴 했지만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회사가 단 한 곳이라도 있는가 묻고 싶다.

 

결국 기업 진단의 이기심을 그대로 따르려고 하는 정치인까지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정규직의 해고 여건을 기업 집단이 요구하는 대로 대폭 완화 한다고 해서 부족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게 될 거라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기업은 이 기회를 이용해 정규직 대신 값싸면서 해고의 부담이 없는 비정규직만 채용할 것이 훤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 년간 우리 국민의 인건비가 부담된다며 엄청난 생산 시설을 해외로 옮긴 기업이 어디 한둘인가. 터무니없는 이런 주장은 손해 볼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업 집단에서 흘러나온 얘기일 뿐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풍문을 믿고 그대로 추진하려고 하는 정부나 정치인 모두 쓸데없는 곳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그럴 시간에 어떻게 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고 실업자에겐 더 나은 복지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것 같다. 몇 안 되는 정규직을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비정상적인 비정규직을 정상인 것처럼 보이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건 정규직의 위치를 뒤흔들어 노동자끼리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한시라도 빨리 막아 달라는 것이다. 일이 힘들고 노동 환경이 열악한 현장이면 기업은 거기에 합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맞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지금 어떠한가?

 

정당한 비용 지출마저 아까워 값싼 외국인 노동자만 마구 채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한다."라는 말을 쉽게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을 하던 수익을 내야만 생존할 수가 있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일이 힘들면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근무 환경이 나쁘면서 힘들고 위험한 직종일수록 급여는 훨씬 더 적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회적 냉대까지 받는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건강까지 잃을 수도 있다. 현재 대다수의 기업이 이런 대우를 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그런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겠는가.

 

기업이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기만 하면 어느 분야든 내국인도 일할 사람은 넘쳐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지금은 내국인조차 일자리가 없어서 굶어 죽기 직전인데 해가 갈수록 외국인 노동자는 자꾸만 들어오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 인가. 우리 국민은 굶어 죽던 말든 오로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아닌가. 우리 주변엔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최저 임금만 받아 가며 어렵게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다. 이미 최저 임금은 근로자의 중간 단계 임금이 되어 버린 지도 꽤 오래되었다. 더 이상한 건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 임금의 혜택을 받으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우리나라가 돈을 벌기에 좋은 천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3~40년 전 우리의 아버지들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일을 하실 때에도 이런 대우를 받았던가 묻고 싶다. 지금의 3백만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일자리는 그만큼 창출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은 해외로 공장을 옮기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몰리면서 이민도 갈 수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은 이제 가난과 추위 속에 굶어 죽어야 할 판이다. 국가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자국민은 날이 갈수록 가난해 지고 비윤리적인 기업만 살아남는 게 옳단 말인가. 기업이 만든 물건을 줄기차게 팔아 줘야 할 국민이 가난해지면 그 기업인들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국가는 지금 비윤리적인 기업 하나를 살리는 일 보다 천명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 매진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나라 기득권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내버려 둔 채 확실치 않은 일로 몇 되지도 않은 정규직을 자꾸 흔들어 대고 있으니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지금 이 나라의 경제가 장기 침체에 있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처구니없게도 자본가의 논리에 휘둘리다 얻어진 결과물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비정규직의 상처가 곪아 터지기 전에 새 희망을 안겨 줘야 한다.



편집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05 07:33 수정 2020.09.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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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