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현대 시조의 마침표 사용에 대한 기호학적 의미

구조적 닫힘과 정서적 여백 사이에서

1. 들어가기

한국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는 3장 6구 구조와 고정 음보율, 종결 어미를 통해 정서적 흐름과 구조적 완결성을 전통적으로 구현해 왔다. 고시조는 본래 구술 문학(시조창) 형태로 창작하였다. 특히 종장에서는 시적 낙차(전환, 반전, 의외성), 고유의 리듬과 종결 어미를 통해 정서적 봉합을 성취했다. 현대에는 문자 문학 갈래로 변화함에 따라 시조에도 문장 부호를 사용한다. 특히 마침표의 사용도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옛한글은 줄글이었다. 즉, 띄어쓰기 자체가 없었다. 문장 부호도 오늘날 ‘마침표(.)’와 같은 ‘온점( 。)’을 구점(句點)으로, ‘쉼표(,)’와 같은 ‘반점( 、)’을 두점(讀點)으로 사용하였다.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는 구두점(句讀點)과 함께 사성(四聲)도 표기하였다.

 

고시조를 모아 엮은 김천택(1680~?)의 『청구영언』(1728)에는 구두점 없이 줄글로 표기하였다. 현대에 출판한 『진본 청구영언』(1957)에는 줄글로 표기하면서 모두 마지막에 ‘온점’을 철저하게 찍었다. 

 

마침표를 종장에 찍은 시조집은, 최남선(1890~1957)의 『백팔번뇌』(1926), 조운(1900~1948)의 『조운시조집』(1926), 고두동(1903~1994)의 『황산시조집』(1963) 이다. 각 장마다 3곳에 모두 찍은 시조집은 안확(1886~1946)의 『시조시학』(1940)이다. 1곳, 2곳 번갈아 가며 찍은 시조집은 김상옥(1920~2004) 『3행시65편』(1973)이다.

 

마침표를 모두 생략한 시조집은, 이은상(1903~1982)의 『노산시조집』(1932), 이영도(1916~1976)의 『청저집』(1954), 김상옥의 『초적』(1947), 정인보(1893~1950)의 『담원시조』(1948) 등이다. 현대 시조 초기부터 마침표의 삽입과 생략은 각기 다른 창작 전략으로 병존해 왔다. 이는 현대 시조에서 문장 부호의 활용이 개별 시인의 문학적 의도에 따라 유동적임을 보여 준다.

 

마침표는 단순한 종결 기호가 아니다. 의미의 종결권, 해석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호 권력(symbolic power)’이다. 마침표 사용 여부에 따라 문학 내부의 규범, 독자 수용의 범위, 교육적 편집 기준 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글은 마침표를 정서의 기호, 통치적 기표, 편집적 해석의 장치로 보는 비판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현대 시조는 마침표 없이도 종결감을 전할 수 있지만, 이는 시대별 독자 수용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 한국어에서 마침표가 없을 경우 오히려 의미 전달이 모호해질 수 있다. 이는 과거와 달리 현대의 문자 기반 독서 환경 속에서 해석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대 독자에게는 마침표 없는 종결이 정서적으로 충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전통적인 고시조의 끝맺음 방식은, 한 시대에서는 고유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한국어 규범에 따라 해석할 때 그 유효성이 의문시될 수 있다. 과연 고시조의 ‘끝맺음’을 모든 시대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가? 또는, 현대 독자가 마침표 없이도 종결감을 느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현대 시조의 종결감에 대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마침표 없는 끝맺음이 곧 완전한 정서를 전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 시조의 끝맺음을 ‘불완전’하거나 ‘미결정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는 마침표가 없으면 완결된 느낌을 주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미진함을 남길 수 있다. 현대 독자들에게는 종결감의 결여가 오히려 해석의 모호성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의 시 문학 연구에서는 자유시를 중심으로 마침표의 전략적 사용과 그 정서적 파급력에 대해 다수의 논의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 사용이 어떤 기호적, 구조적, 해석적 효과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글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또한, 현대 시조는 자유시와 달리 형식적 구속이 있으나, 문장 부호의 도입으로 인해 그 정서적 종결 방식에 변동이 생겼다. 이 글은 이러한 변화의 기호학적 의미를 조망하고자 한다.

 

이 글은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가 갖는 기호적 의미와 정서적 기능을 구조주의, 해석학, 기호학적, 수용 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통 고시조에서는 마침표가 필요하지 않았다. 현대 시조에서는 그것이 어떤 전략적 선택으로 기능하는가? 또한, 자유시와는 다른 시조 고유의 구조 내에서 마침표는 어떤 정서적 종결 또는 유예의 효과를 발생시키는가? 이를 위해 고시조와 현대 시조를 비교 분석한다. 마침표가 현대 시조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서적 봉합을 유도하는가? 반대로 해석의 유예를 차단하는가? 이를 고찰한다. 

 

이 글은 다음의 방법론에 근거한다. 첫째, 형식주의적 관점에서 현대 시조의 구조적 완결성과 정서적 종결 구조를 분석한다. 둘째, 기호학적 관점에서 마침표라는 시각 기호가 어떤 상징성과 닫힘의 효과를 지니는지를 고찰한다. 셋째, 해석학적 접근을 통해 마침표 유무에 따른 해석 가능성의 열림과 닫힘을 논의한다. 넷째, 수용 미학점 관점에서 작품이 어떻게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어떤 방식으로 감정적,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지를 탐구한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시조의 전통적 구조와 종결의 형식미를 살펴본다. 3장에서는 현대 시조에서 전략적으로 마침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다. 4장에서는 마침표와 기호학, 즉 해석의 닫힘과 열림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나가기: 마침표는 닫힘인가, 정서의 여백인가’에서는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가 정서적 종결의 기호인가에 대한 종합적 논의를 제시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1.07 10:06 수정 2026.01.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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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