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혼자’는 결핍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 1인 가구는 당당한 가정의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급속히 증가한 1인 가구는 지금 천만 명을 훌쩍 넘어가고 가구수로 따지면 열 가구 중 네 가구가 1인 가구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 괜찮은 식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타협 없이 유지되는 취향, 이 모든 것이 ‘솔로 전성시대’라는 이름으로 당당해졌다.
자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변화는 억눌렸던 개별 생명들의 복권이다. 각자의 리듬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상태, 감정이 과잉 소모되지 않는 거리 등 이런 선택이 스스로에게 귀속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솔로는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과잉의 관계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나의 호흡’을 회복한 상태다. 그래서 혼자는 때로 가장 정직한 삶의 형식이 된다.
그러나 이 흐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닥트리면서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이면을 드러낸다. 추천 알고리즘은 혼자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고립시키고, 플랫폼은 관계의 불편을 제거한 채 ‘대체 가능한 연결’을 제공한다. 외로움은 즉각 소비되고, 대화는 짧은 문장으로 분절된다. 우리는 관계의 마찰을 피하는 대신, 관계의 깊이를 잃는다. 그렇게 혼자는 ‘자율’에서 ‘고립’으로, 선택에서 습관으로 진화한다.
지구의 대다수 국가는 이미 그 변화를 겪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주거, 소비, 노동의 구조를 바꾸고, 공동체의 형태를 재편한다. 돌봄은 가족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친밀성은 계약과 서비스로 분해된다. 효율은 올라가지만, 서로의 삶을 견디게 해주던 ‘느슨한 연대’는 약해진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연결의 질이다. 결혼으로 만들어지는 가정이라는 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1인 가구로 연결되는 사회의 관계망은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대안은 ‘다시 둘이 되자’가 아니라, ‘혼자서도 연결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선택적 연대,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관계망, 커뮤니티 기반의 돌봄 등 혼자의 자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립을 넘는 구조가 필요하다. 혼자가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라면, 연결은 서로를 살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둘 사이의 균형을 잃을 때, 자유는 고립으로, 관계는 소모로 변한다.
결국 시대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혼자인가, 아니면 스스로와 함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할 때, 혼자는 공허가 되고, 답할 수 있을 때, 혼자는 충만이 된다. 앞으로의 사회는 혼자를 중심으로 재편되겠지만, 그 중심이 비어 있지 않으려면 각자가 자기 삶의 밀도를 책임져야 한다. 타인 없이도 무너지지 않는 내면, 그러나 타인을 향해 닫히지 않는 마음을 훈련해야 한다. 두 축 위에서만 ‘솔로 전성시대’는 고립의 시대가 아니라, 성숙의 시대로 남을 수 있다.
솔로에게 자유는 기본이고 고독은 옵션이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