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스웨덴 의정(議政)을 생각하는 이유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2.12 11:45 수정 2019.12.12 11:46


한 해의 끝을 향한 때에 국회에선 또다시 거친 언행과 물리적 충돌, 그리고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소식이 전해진다. 얼마 전만 해도 의원 증원 얘기가 나와서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민은 의원들이 각 지역민의 의견을 국회에서 개진하고, 필요한 정책을 반영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국회 운영이나 현시대의 갈등을 푸는 방식에 있어서, 또 의원 세비 문제라든가, 공익정신에 있어, 의원 활동은 국민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개인이나, 조직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정치, 정당정치에 있어서 갈등은 있게 마련이므로 대화와 조정을 통한 협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정치에서 정치가 이를 조정하여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치는 서로의 갈등을 법이라는 경기장에서 논리적이고 합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오히려 갈등의 골을 깊게 하며, 의원들은 상식과 논리에 따른 해결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정당에 가세함으로써, 이를 자신의 정치생명과 연계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자는 요구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여. 야가 합의하여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만 하더라도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253석에서 225석으로,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은 현시점에 선거제도 개정안을 일단 패스트트랙에 올려놓고, 다시 증원을 말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며 설득력이 없다.

 

이런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볼 때마다 스웨덴 의정을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 국회도 진정 국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정치를 펼치길 기대하며 오래전 방송됐던 다큐멘터리를 돌아본다. 20181스웨덴 의회 정치를 특집으로 다룬 다큐멘터리에 스웨덴의 한 지방의원이 소개되었다. 5선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4년간 683개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이틀에 한 번 정도 입안한 셈이다. 그녀는 지방 의원에게 제공되는 2~3평 숙소에 머무는데, 주말에 4시간 떨어진 가족의 품으로 향할 때 공항까지는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항공편은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 석을 이용한다고 한다.

 

또 국방부 장관과 국회의장을 역임한 중진의원이 소개되었는데, 그는 스웨덴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 국회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는 귀국 후 한국 방문 때 대접받은 경비를 그의 출장비에서 다 제외했다고 한다. 스웨덴 의원의 출장비는 하루 6만 원으로, 그가 한국 출장 5일 여비로 받은 돈은 28만이라고 하니, 특별 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한국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일상에서 그는 백 팩을 메고 커피숍에 들리며, 동행자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는 국민의 불평과 일상적 얘기를 듣는다.


정치에 임하는 양국 국회의원의 마음가짐과 정치시스템을 비교해보면, 스웨덴 의원들은 국회의원은 봉사하는 자리이지 특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누구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으며, 공공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더 나을 것도 없는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말로 현란한 수사를 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스웨덴에서는 의원의 사용 경비를 투명하게 운용, 공개하며 영구보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시스템이 의원들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깨끗하고 검소한 공복으로 만든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2012년 대선 때에 여야는 모두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당공천은 정당의 틀을 바탕으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중앙정치가 기초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통제 및 관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기초의원들과 자치단체장은 지역민과 유권자를 위한 참 정치와 생활 정치를 해야 함에도, 지역구 국회의원과 소속 중앙당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중앙 의회도 소속정당의 이익과 정책을 앞세우기 전에 의원 개개인이 소신껏 국민에 겸허히 봉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의원 지망자의 특권의식을 배제한 봉사의 자세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의 소신과 양심,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 의원 세비가 1인당 GDP2~3배 수준임에 반해 한국은 5.18배이다. 이런 혜택을 고려할 때 정치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의원들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사회의 큰 줄기를 다스려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스웨덴 의정의 섬기고 봉사하는 참 정치의 모습은 신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스웨덴 의정을 다시금 돌아보며, 우리의 롤 모델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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