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살고 싶은 곳

신연강

입력시간 : 2020-03-17 09:41:14 , 최종수정 : 2020-03-17 10:23:15, 편집부 기자




코로나19의 전염력이 강하다 보니 요즘 같아서는 외떨어진 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사람 간의 거리도 벌리고 가급적 만나지도 말라고 하니, 차라리 자연 속에서 호젓하게 사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생계는... 바로 <자연인>이란 티비 프로그램에서 배운 지혜가 있지 않은가. 간접 경험도 많이 쌓였으니덜 먹고 덜 쓰면 되지 않겠는가…….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파열로 인해 잠시 그 같은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결론은 삶에서 급격한 변화를 준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죽음이나 그에 버금가는 갑작스런 일을 겪을 때나 불가피하게 파격적 변화를 꾀할지 모른다. 습관 하나 바꾸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감안하면, 일상에서 능동적이고 포지티브(긍정적)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사는 곳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현대의 삶에서는 직업이나 교육 관련해서 주거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투자를 목적으로 주소를 자주 바꾸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살고 싶은 곳을 말하라면 심중의 얘기는 다를 것이다.

 

살고 싶은 곳이 천편일률 같을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편리한 도심 속 주거공간을, 어떤 이는 건강과 안전이 담보된 안락한 아파트를 선호할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은 첨단 문명의 이기가 잘 적용된 오피스텔을 원할 수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사업이나 상업이 용이한 주상복합 건물이 우선할지 모른다. 이런 수많은 경우를 차치하고,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는 자연 속의 삶에 초점을 두고 살고 싶은 곳을 상정해보자.

 

동양학을 전공하고 풍수에도 능한 강호학자 조00 (사정상 이름을 밝히지 않음)은 자신이 살고 싶은 세 곳을 꼽는다. 하동 악양, 거창군 북상면, 부안군 모항 근처, 이 세 곳이 그가 살아보고 싶은 곳이란다.

 

하동 악양은 천 미터 이상의 지리산 준령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마을 앞에는 맑은 섬진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지리산에서 산나물이 나고, 강에서는 은어와 재첩, 그리고 남해바다로부터 싱싱한 생선이 들어오며, 기후는 온화하여 사계마다 구름과 안개, , 석양의 풍광이 볼만하다고 한다.

 

거창군 북상면 강선대(降仙臺) 인근. 이곳은 완전히 산골 동네 같다고 한다. 덕유산 자락에 깊이 파묻혀 아궁이에 장작을 때면서 살 수 있는 동네로, 도심 생활에 찌든 현대인에겐 힐링이 가능한 곳이란다. 전북 부안군의 모항 근처는 언덕에 집을 지으면 서해바다 갯벌과 섬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석양의 낙조는 몸의 화기를 내릴 수 있는 곳이 된다. 뒷산 변산(邊山)의 작은 수십 개 바위봉우리들은 무협지에 나오는 듯한 경관을 보여준다고 하니, 자연의 매력이 그만일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관점이 다르므로, 살고 싶은 곳은 삶의 노정만큼이나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호학자가 발품을 팔아 전국 명승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득한 얘기니 듣는 것만으로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풍수가로서 동양사상과 자연의 기를 실제 삶에 적용하는 일이니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을 리 없다. 그의 얘기를 정리해보면 결국 강과 산, 그리고 바다를 낀 대표적 이상향 세 곳을 제시한 셈이다.

 

세속을 벗어나 마음의 풍요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장소로 들린다.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에겐 샹그리라(Shangri-la)로 다가온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멋진 신세계'를 꿈꾸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를 피해 평온한 강호(江湖)의 삶을 마음으로나마 그려본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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