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재의 연당일기] 변화의 본질에 대처하는 자세

위선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13 10:44 수정 2020.07.13 12:04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뉴욕의 셧다운이 시작되자 가게들과 학교, 관공서와 교회 등은 모두 문을 닫았으며 사람들은 웬만큼 위급한 일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란 지시를 듣게 되었다.

 

전염병이 창궐한 마당이어서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위험한 일이기도 해서 집에 갇히게 된 사람들에게 시간은 한 자리에 고인 채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이런 과정이 예년과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사람들은 평소에는 해보지 않았던 식으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채소를 직접 길러 먹기 시작했으며 애완동물들을 입양하기 시작했다. 동물 구조센터의 동물들이 다 입양되었단 소식이 들려왔고 사람들이 닭을 직접 길러 달걀을 얻으려는 바람에 시장의 살아 있는 닭들이 품귀현상을 빚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새를 관찰하기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평소 하지 않던 조깅을 시작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시작된 뉴욕의 셧다운이 한 주, 두 주를 지나, 달을 넘고 또 여러 달이나 가게 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내 인생에서는 다시 오지 않을 이 희한한 기간과 긴 공백을 이용해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셧다운이 이리 오래 갈 줄은 몰랐었고 그래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가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해 두어야겠단 생각에 이 연당일기를 적기 시작한 것이 오월 중순에 들어서였다.

 

이 팬데믹 동안 이혼율이 확 오르기도 하고 가정 폭력이 많아졌으며 동시에 바깥 거리의 범죄율은 확 내려갔다는 보도를 접했다. 러시아에서는 태양의 서커스를 방송에 올려 집에 갇힌 전 국민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디즈니사에서는 입장료가 한 자리에 천불이나 되고 그것도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밀턴'의 판권을 사들여 그것을 자신들이 만든 디즈니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려 사람들이 공짜로 볼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새를 관찰하기 하기 위해 망원경을 사고 자기 집 뒤뜰에 새 모이통을 설치했다가 뜻밖에도 자기집 뒤뜰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하게 되었고 또 그것을 유뷰브에 올려 엄청난 조회수를 거두기도 했다.

 

내 지인의 친구는 간호사를 수십 년 해오다가 코로나로 남편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자 직장에 사표를 제출하고 은퇴를 앞당겨 버렸다고도 한다. 우리와 가까운 지인 중에는 이 셧다운 기간에 사업을 닫은 사람도 두 명이나 있는데 한 명은 마침 지난 사월이 건물주와의 임대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어서 무리 없이 사업체를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사람은 건물주와 십 년 임대 계약을 맺은 지 이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개인보증(personal guarantee)까지 했기에 중간에서 무단으로 계약을 못 지키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건물주에게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가게 문을 닫기는 했지만 이후 건물주 측으로부터 소송이 들어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여 변호사까지 고용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은 이제 갑작스레 실업자가 되어 활발하게 하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에서 갑자기 배제되어 버리게 되었다.

 

각자에게 닥친 상황이 다 다르기는 했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인 사실은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모두 어떤 정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 속에 놓여지는 체험을 하게 되었단 것이다. 이곳에서는 모두 진실의 방에라도 들어가듯이 자신이 가진 현실과 진실을 마주해야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할 일이 없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만 했었다. 그러면서 대부분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게 입고 먹었고 양적인 것보다는 질적인 것들을 생각했으며, 멀리 다니는 것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오락과 즐거움과 보람을 찾으려 했다.

 

이제 사람들은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으로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달라져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지 않으며 극장에도 가지 않고 사회적인 모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머리 치장, 얼굴 치장, 옷 치장들을 덜하게 되었고 대신 자기개발과 취미생활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무엇보다도 더 많이, 더 빨리를 우선하던 가치관에서 한걸음 물러서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가치관과 분위기의 변화만은 아닌 것 같다.

 

사회가 존재하는 방식,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와 끝도 모를 불경기는 이제야 서서히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는 기업들 그리고 사업체, 학교 등의 시설들도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거기에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어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기존의 것을 고집하거나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낙후되거나 도태되는 이야기다.

 

이는 내 사업체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내 개인의 삶에도 해당하는 것이다.





[위선재]

뉴욕주 웨체스터 거주

위선재 parkchester2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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