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천보현 [기자에게 문의하기] /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삶은 국수를 말아 먹는 잔치국수는 담백하고 슴슴한 우리 정서에 딱 맞는 음식이다. 예전에 잔치하는 집에서는 늘 잔치국수를 대접하는데 국수의 긴 면발처럼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지금은 잔치의 대명사가 온갖 산해진미가 즐비한 뷔페가 되었지만,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나이 찬 처녀, 총각에게 “언제 국수 먹여 줄 거야” 하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잔치를 하면 초대한 손님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과객이나 나그네, 행인, 거지에게도 잔치국수를 대접하며 인정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도 교회나 사찰에서는 신도들이나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잔치국수를 대접한다. 잔치날처럼 맛있게 먹으며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음식인 것이다.
잔치국수는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먹기도 간단하다. 잘 삶은 국수에 멸치나 고기를 우려낸 국물을 붓고 미나리나 애호박을 얹어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음식이다. 국수를 호루루 건져 먹고 잘 우러난 따끈한 멸칫국물을 쭈욱 마시면 배 속이 든든하고 꽉 찬 느낌이다. 평소에 너무 잘 먹어 지친 몸을 오늘은 잔치국수로 좀 달래면서 휴식을 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