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천보현 [기자에게 문의하기] /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칼국수엔 칼이 없다.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부엌칼로 두툼하게 썰어 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칼이 주가 아닌데도 칼국수라는 이름이 붙은 건 ‘칼로 자른다’에 방점을 둔 것 같다. 해물이 많이 나는 남쪽은 각종 해물을 넣고 칼국수를 만든다. 반면 내륙은 닭의 부드러운 살을 발라서 칼국수를 만드는 닭칼국수가 많다.
해물이 잔뜩 들어간 칼국수를 하나 시켜서 호르륵 호르륵 먹으면 땀방울이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다. 그리고 그릇째 들고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쭈우욱 들이키면 뜨거운 국물이 몸 안으로 쫙 퍼지면서 오장육부가 시원해진다.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맛이다.
이 뜨거우면서 시원한 맛은 부자나 빈자나 똑같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 정치를 하면서 민심을 살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는 칼국수집은 서민들의 속을 확 풀어주며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음식이다. 오늘은 칼국수 한 그릇 하면서 이래저래 뒤틀린 속을 확 풀어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