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프로젝트] 경제개발과 환경권, 피루스의 승리를 넘어

문예찬


예전에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마을에 갑자기 큰 시멘트공장이 하나 들어섰다고 한다. 당시는 1970년대였으므로 한창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여러 산업 분야의 공장이 우후죽순 생기던 시절이었다. 어머니가 사시던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갑자기 마을에 세워진 시멘트공장을 보면서 마을주민들은 처음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시멘트공장에서 내뿜는 매연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숨쉬기가 어려웠고, 빨래를 널어놓으면 빨래가 검게 변하곤 했다.


어머니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 이상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시멘트공장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환경보호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라 사람들은 그냥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자신들의 건강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던 중 외할아버지가 나섰다. 당시 외할아버지는 마을에서 꽤나 이름난 유지로 활동하셨다. 외할아버지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이 시멘트공장 때문이라고 생각하셨고, 공장을 찾아가 주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항의하며 시멘트공장에서 주민들의 건강과 마을의 환경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셨다고 한다.

1970년대에 나의 외할아버지라고 환경에 대한 별다른 인식과 지식이 있으셨겠느냐 마는 외할아버지는 환경오염이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미리 감지하셨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G20 개국 중 하나가 될 만큼 국력이 성장했고,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고속성장과 산업화의 뒷면에는 환경 파괴와 환경오염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경제성장의 화려한 우상 앞에 자연을 파괴했고, 환경을 오염시켰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일부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환경 파괴의 위험성을 지적하였고, 사람들은 비로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환경권이라는 개념이 어렴풋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환경보다는 경제성장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환경을 바라보기보다는 현세대의 이익을 위한 저장고로써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환경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참정권, 교육권과 같은 권리는 소중히 생각하면서 환경권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유난히 더운 여름 등의 환경문제가 직접적으로 내 삶에 와 닿으면서 환경권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환경권이란 무엇일까? 깨끗한 환경은 단순히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환경권을 적시하여 이를 보장하고 있다. 환경권이란 모든 국민들이 건강하고 인간다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계획과 프로그램을 계획 및 실행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쉽게 좌절되고는 한다. 그러나 아주 작지만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비록 이번 21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은 실패했지만 환경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운 당이 만들어졌으며, 여러 정당이 환경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울 정도로 환경 이슈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가가 환경권을 보장하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 제도와 계획을 수립하는 것 보다 각 지자체별로 지역 실정에 적합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환경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광역시는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성공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광역시 달서구 화엄로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원래 쓰레기매립장이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쓰레기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조성하는데 성공하였고, 현재 이 대구수목원은 대구시민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휴양시설이 되었으며, 관광자원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또한 대구광역시 두류동에 위치한 두류공원은 대구시가 조성한 대표적인 환경, 문화, 자연 복합 공원으로 많은 시민들이 상쾌한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문화공연을 즐기는 등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공존하는 대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이 두류공원에는 다람쥐나 청솔모, , 곤충들이 서식하는 서식지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실현한 공간이 되어있다. 나 역시도 이러한 공원시설을 이용하면서 환경권의 소중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최근 지방자치제의 강화와 지방분권화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앙정부에서 어떠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줄 것인지가 중요한 어젠다가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환경정책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지방정부에게 이양되어야 할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지역 사정파악에 유리하고 중앙은 가지지 못한 혁신성과 주민 근접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앙정부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환경정책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환경보호와 환경권의 존중은 단순히 국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결국 개인이 얼마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나도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가급적이면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는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숟가락을 빼고 배달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여름에도 최대한 에어컨을 안 틀고 버티려고 노력하며, 설거지할 때도 기름을 닦아내고 한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다가도 하천의 오염된 물을 보거나, 공원 쓰레기통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이런 노력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며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작지만 이런 작은 행동과 노력 하나하나가 지구를 살리는 길이고 나도 환경보호운동에 미약하지만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기도 하다. 나의 순간적인 편리함보다는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생각하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피루스의 승리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 에피루스의 왕 피루스가 로마를 상대로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두었지만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고 승리했기에 별다른 실익을 거두지 못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과 경제 성장, 순간의 편리함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해 보이지만 그 희생은 막대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 성장이라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이라는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끊임없이 울려대는 환경 파괴의 경종을 무시한 우리의 질주는 피루스의 승리를 넘어 결국 인간의 패배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 국가와 국민, 사회와 개인은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을 보호하며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안들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문예찬]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6.02 11:44 수정 2021.06.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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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