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전명희 [기자에게 문의하기] /
한낮 햇볕이 제법 따갑다. 서서히 그늘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간다. 어릴 적 시골의 한낮, 내겐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와 무채색 아지랑이로 각인되어있다. 매미는 현기증이 나도록 울어대고, 들판엔 연초록 벼가 한없이 흔들리며, 높은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녔다.
아직 여름을 언급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책을 반납하기 전 아쉬움이 남은 탓인지 헤르만 헤세의 글을 몇 개 더 읽었다. 그중 눈에 들어온 글 ‘여름의 찬가’는 마음에 쏙 든다. 얼마 뒤 여름이 시작되더라도, 지겹다는 생각을 저만치 걷어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름을 부르는 글.
여름이 다가올 때
여름은 멋지다.
비가 사납게 내린다. 그러다 드디어 날이 갠 밤.
마로니에 나무에 화려하게 꽃이 핀다. 재스민이 달콤한 향기를 풍긴다.
곡식이 익는다. 뇌우가 퍼붓는 밤이 다가온다.
어른이 아이가 되고, 살아 있음이 불꽃같이 느껴지는 계절.
-헤르만 헤세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