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백인경 시인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출판사 꿈공장 플러스에서 출간한 <서울 오면 연락해>는 백인경 시인의 첫 시집이다. 백인경 시인은 2012년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콘텐츠 에디터이자 작사가이기도 하다.
<우리의 꿈은 ‘등단’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텀블러에 후원 글이 올라왔다. 바로 백인경 시인의 책이었다. 목표금액의 500프로 이상 펀딩률을 달성하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백인경 시인은 텀블벅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문단 내 성추행, 청탁 비리, 등단 장사, 차별대우... 이 모든 걸 알면서도 그 세계를 동경했습니다. 그래야 ‘정식 시인’이 되니까요. 그러나 과연 시인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이는 누구입니까. ‘좋은 시’를 규정짓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중략) 나의 꿈은, 당신의 꿈은 등단이 아닙니다. 등단의 벽으로 인해 자신의 시를, 소설을, 희곡을 버리려는 나였고, 우리였던 모든 습작생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습니다.”
문예지를 통해 등단을 해야만 하는 것이 일련의 ‘시인이 되는 절차’가 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그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길 희망하는 습작생들은 좌절하고, 끝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연 ‘등단’을 해야만 시인이 될 수 있는 걸까? 수많은 습장생들의 오래 묵은 고민들에 대해 백인경 시인은 속마음을 털어 놓기로 했다.
북콘서트에서 백인경 작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습작생들을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알이라고 비유했다. 그들은 때가 되면 알을 깨고 나올 것이고, 날개가 돋으면 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플래시를 비추고 찾아와 이제 나와도 된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어떨까. 이미 나올 수 있었는데 나오지 못하거나 기다리다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날 북콘서트에서 백인경 시인을 통해 용기를 얻고 간 습작생들과 작가들이 많았다. 외로운 길을 함께 걸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꽤나 벅찬 일일 것이다. 고민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울 오면 연락해>를 읽어 보길 적극 추천한다.
그들은 은밀하게 모여 미슐랭 가이드를 불태웠다
이끼 샐러드와 두더지 육회, 겨드랑이로 으깬 딸기셔벗
못 먹을 것들도 그들은 먹는다 혁신적으로
식사라기보다 전위예술에 가까운
관람하던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렸다
몇몇 요리사들이 소극적으로 항의하다 퇴근했다
‘칼과 포크를 든 예술가들’이라는 기사를 정정하며
칼과 나이프는 엄연히 다릅니다
포크와 쇠스랑의 거리만큼
적어도 우린 개고기는 안 먹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침묵하는 동안
일각에선 그들이 업계를 풍성하게 만든다며 침을 튀겼지만
어느 쪽이든 아침엔 보편적인 입 냄새를 풍겼다
식탁만큼 유규한 것이 또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그렇게 사세요 평생
평온한 독재와 빛나는 혁명 사이, 자주 냄비 타는 소리가 났고
식사가 끝나면 혓바닥을 지갑처럼 점잖게 숨기고 오래 신발끈을 맸다
누군가가 죽어야만 신입회원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매일 그들을 보러 갔다
-「서울 오면 연락해」 中 <아방가르드 미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