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구 칼럼] 선물 같은 이야기

문경구

 

다른 사람의 사생활 이야기를 대 놓고 한다는 것이 때로는 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상상해 보거나 생각을 한다는 것은 허락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나의 자유가 된다. 나는 오늘 그 법이 허락하는 자유의 공간에서 또 다른 나와 함께 남을 한껏 말하고 싶어졌다.

 

어느 법조인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 멈춘 내 생각이 나에게는 깊은 명상의 시간이 되었다. 잠시 나를 잊게 한순간이 바로 우주의 광활함 속에 숨겨진 많은 신비의 비밀 중에 카드 하나를 꺼내 든 바로 귀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선행이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 착한 일로 얻게 되는 깨달음은 잎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산속 암자에 앉아 잠기는 명상이면 그 깨우침을 갖게 되는 줄 알았었다. 그것만이 세상과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두 법조인이 함께 성장해 온 삶의 과정들이 모두 깨우침을 위한 세상의 힘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체 장애를 앓는 친구를 업고 학창시절 등하교를 했던 삶이 세상에 알려지고부터였다. 내가 그 뜻을 헤아려 내려고 애쓰는 희열이야말로 우주에서 초인간이 내게 보내 준 힘이라 하고 싶다. 늘 감사의 삶으로 사는 내게 신은 더 큰 선물을 보낸 오늘의 힘이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 인연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바로 나와 내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라는 환상의 선물이다. 한 인생의 순애보 사랑을 이끈 것이 바로 선행이라는 희생이었다. 꼭 위대한 생각만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거다. 아픔을 나누면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었음을 알았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경지가 아닐까 한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그 깨어남의 경지에서 산다. 좋은 친구를 만나는 일은 신의 축복이라고 했다. 언제 내게 왔다가 어디로 떠나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인연 세상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는 평생을 지체 장애로 살아가야 할 친구에게 귀인으로 다가간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자신이 친구에게 베푼 고귀한 사랑이 결실로 다가와 줄 거라는 오늘의 결과를 작심하며 행한 선행이 아닌 거다. 오직 그때 사랑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친구를 업고 오늘까지 온 것일 거다. 법조계에서 함께 일하는 그들은 백발이 성성한 지금도 그는 업고 친구는 업혀 사는 복을 쌓아가며 살고 있다. 그 따뜻함이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알게 된 불편한 몸의 친구를 업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찌는 여름이나 살을 에는 추위 속에도 학교를 등 하교시킨 것은 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거다. 나란히 법대를 나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일하는 그들이 있기까지 함께 나눈 아픔도 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가 없다.

 

선행은 정말 운명조차 바꾸어 놓는다는 진리가 또 다른 하나의 신앙이 되어 다가왔다. 어려운 신앙을 깨닫기 위해 힘들어하지 말고 내가 행하는 선행이 바로 신앙이라고 믿으면 될 것 같다. 자신의 가치관조차 생각해 보기 힘든 어린 나이 때 그 소중함을 어떻게 알았을까. 무엇이 그의 인생에서 불편한 친구를 선택하게 했을까.

 

성인들 말씀대로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그리고 습관으로 이어져 끝내는 운명을 바꾸어 놓게 한다는 말을 알아듣기에는 아직 어린 그가 무슨 수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단 말인가. 그들에게 주어진 고난과 시련 자체만으로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친구를 업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들은 시련 속에서 기도하고 불행한 현실을 감사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실행은 오늘 그들이 원하는 법조계에서 세상을 옳게 굴러가게 하는 일꾼들로 살아가게 했는가 보다. 수많은 그들의 일화들이 어디 하나둘이었을까 마는 그중에 알려진 한 일화는 업힌 친구가 업은 친구 등에서 실수로 쉬를 해야만 했을 때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일이다. 왜 그 일이 세상에 알려졌을까. 알려지기보다는 그쯤으로 묻혔으면 하는 너무도 아까운 선행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등 뒤에서 백허그로 감싸는 행위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로망의 극치라고 한다. 비 오는 날 친구 등에 업혀 귀를 대고 친구의 뛰는 맥박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를 보고, 비조차도 멈추고 그들을 지켜보았을 거다. .

 

그들이 서로의 스승으로 살게 하기 위하여 신은 친구와 함께하는 축복의 세상을 선택하게 하신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존재만으로도 선행을 베풀고 복을 지으며 더 넓은 세상을 등에 지고 가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순간에도 그들의 영감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 새로운 친구들에게 준 고귀한 선물이 아닌가.

 

오늘은 나와 내가 함께 나눈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얻은 선물의 하루였다.



[문경구]

화가

수필가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문경구 kimurgin@hot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6.29 11:37 수정 2021.06.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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