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플롬 산악열차

그곳에 가고 싶다

여계봉 선임기자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라는 어느 여행 수필의 제목처럼 북유럽은 내게 어떤 그리움으로 다가올까? 삶이 지칠 때 떠올릴 그 그리움은 분명 즐거움으로 다가오리라. 그리움즐거움이 될 거라는 확신을 지닌 채 북유럽 노르웨이의 풍경 속으로 뛰어든다.

 

노르웨이 남서부 플롬에는 동화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플롬 산악열차(플롬 레일웨이)가 달린다. 플롬에서 출발하여 뮈르달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아울란트 피오르를 즐길 수 있는 산악 관광 열차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두 도시를 단선 궤도 열차로 왕복하면서 최대 경사 55°의 가파른 협곡을 운행하며 빙하가 빚어놓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열차 안의 승객들에게 선사한다.

 

산악열차 차창 밖으로 1시간 동안 동화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보스는 교통의 요지다.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E16 도로가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네피오르나 하르당에르피오르로 가는 사람들이 이곳 보스에서 기차나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보스는 인구가 14,000명쯤 되는 소도시지만 문화와 예술, 스포츠 등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스역. 우리 시골 간이역처럼 조그마하고 정겹다.


보스는 베르겐에서 뮈르달로 가는 베르겐 철도의 중간 경유지여서 여기서 기차를 타고 뮈르달로 가면 플롬 산악열차를 탈 수 있다. 산악 지대인 보스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공습을 받아 거의 초토화 되었다가 다시 재건된 도시이기도 하다.


베르겐에서 뮈르달까지 운행하는 빨간 열차. 보스에서 이 기차를 탄다.


고산도시 뮈르달은 베르겐 철도와 플롬 철도가 만나는 곳이다. 역에 도착하니 뮈르달과 플롬 사이를 운행하는 플롬 산악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해발 865m에서 출발한 기차는 1시간 동안 20의 철로를 휘감듯이 돌아 해발 2의 플롬역에 도착한다. 창밖으로 아찔한 협곡이 웅장하게 펼쳐지고, 11개의 역과 수십 개의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새로운 광경이 연출된다.

 

해발 866.8m의 뮈르달역. 플롬 산악열차의 출발지이다 종착지다.
진녹색 플롬 산악열차.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린다 해서 애칭이 ‘로맨틱 열차’다.


플롬 열차는 610일부터 826일까지는 매일 10회 운행한다. 겨울에는 오후 525분까지 8회만 운행한다. 유명 관광지와 역을 통과할 때마다 우리말 안내 방송과 객실 모니터에 한글 자막까지 나온다. 그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뜻이다.


객실 모니터에 한글 안내문이 나온다.


산등성이를 지날 때마다 까마득한 높이의 폭포들이 포효하듯 물줄기를 토해낸다. 그렇게 흘러내린 물은 시내가 되어 협곡 사이를 흐른다. 커다란 바위와 숲, 폭포가 한 몸으로 섞인 산골짜기에는 작고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서 있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조금 전의 풍경을 압도하는 더 황홀한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계곡물 사이로 펼쳐진 아름다운 시골 농가는 한 폭의 그림이다.
산골의 속살을 가로지르는 계곡물은 열차와 함께 달린다.


이 노선은 2차 대전 때인 1923년 독일군이 군수 물자 수송을 위해 착공했는데 공사가 잠시 중지되었다가 20여 년 만에 단선 궤도로 완공되었다. 이 구간에는 40개의 터널과 1개의 교량, 4개의 수로 터널이 있고, 철로 주변에는 아름다운 산악마을과 목장,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자리해 열차 안에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쉼 없이 멋진 풍경을 실어 나르던 산악열차는 엄청난 물소리가 들리는 터널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모두 열차에서 내려 물소리의 굉음이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폭포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동굴 안에서 열차가 잠시 멈춘다.


효스포센 폭포는 열차 여행 중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높이가 225m나 되고 수량도 엄청나 소리와 물보라가 하늘을 찌른다. 무지개가 끝나는 바위 위에서 스칸디나비아의 동화에 나오는 붉은 치마를 입은 요정 훌드라가 나타나 노래하면서 춤을 추다가 이내 사라진다. 훌드라(Huldra)숲에서 사람을 유혹하는 여자 요정이라는 뜻이다. 10분이 지나면 여행객들은 모두 기차에 올라야 한다. 이마저도 성수기에만 볼 수 있는 이벤트다. 짧은 시간에 여자 요정을 본 탓이지 홀린 듯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다시 열차에 오른다.


효스포센(Kjosfossen)폭포의 무지개 끝에서 훌드라가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다시 열차는 달리기 시작하고 터널이 많고 길어진다. 터널을 벗어나면 왼쪽으로 높이를 가늠하기 힘든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와 그 사이로 흐르는 하천은 승객들을 즐겁게 한다. 이윽고 인구 500명의 작은 마을 플롬에 도착한다.

 

플롬 산악열차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플롬


플롬에서 송네피오르 가장 안쪽 마을 래르달로 이동한다. 피오르 해안가에는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든 그림 같은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피오르 속에는 또 하나의 작은 마을이 담겨있다. 물 위에 수직으로 우뚝 솟아올라 병풍처럼 늘어선 웅장한 산줄기를 보니 대자연의 장엄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송네피오르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피오르 중 하나다. 길이 204km의 해안 쪽에서 산 사이를 깊숙이 파고 들어간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협만으로, 빙하의 침식을 받은 급사면이 직접 바다에 빠져있기 때문에 수심이 1,300m에 이른다.

 

송네피오르 해안가 호텔의 정원 벤치


호텔과 잇닿아 있는 송네피오르는 석양에 젖어 든다. 호텔 정원의 벤치에서 바라보는 한편의 파노라마 같은 풍경은 카메라와 눈으로만 담기에는 역부족이라서 가슴으로도 쓸어 담아야 한다. 단 며칠만이라도 모든 상념은 내려놓고 그냥 이곳에서 머물고 싶다.

 

석양에 물들어가는 래르달의 송네피오르


플롬 산악열차 여행은 환상적인 노르웨이의 풍광, 시골 마을의 향토적 서정과 아기자기한 매력에 기차여행의 로맨틱함까지 더하고 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여행이다. 기차가 가는 대로 눈으로 쉬엄쉬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치유되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여계봉 기자
작성 2021.07.27 12:13 수정 2021.07.27 12:27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여계봉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