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죽음이 낯설지 않은 도시, 인도 바라나시

여계봉 선임기자

죽음이 낯설지 않은 도시, 인도 바라나시

 


야무나강과 갠지스강이 합쳐지는

알라하바드 다리를 지나서

사행천인 갠지스강을 따라

마음도 구불구불

버스도 구불구불

바라나시로 달려간다


좁은 비포장도로

그 길을 점령한 소 떼

길가의 초라한 너와집

난을 굽는 아이의 해맑은 눈동자


어둠이 내려앉은

바라나시 시내는

금식일 기간 동안

도시를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수많은 인파와

소음에 가까운 음악소리로 가득하여

이방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동트기 전 새벽

노인이 거친 숨소리를 토하며 모는

사이클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 강가로 가는

길가에는

인도의 모든 것들이 스며있다


 


3500년 동안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

 

이 도시는

삶과 죽음

삶에 대한 열망과 체념

아름다운 초월과 비참한 현실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


 

삶과 죽음의 언저리 갠지스강

강가의 화장터를 배회하는

비루먹은 개들

 

홍수가 범람하여

강가의 가트는 수몰되고

소똥, 쓰레기, , 나무들이

한데 엉겨 뒤섞여 있다

 

불구부정(不垢不淨)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둠을 뚫고

아침 햇살이 갠지스강을 깨운다

 

강가는 황토물에 잠겨있지만

바라나시 여명은

아름답고 성스러운 빛으로

이방인의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강 건너 저승에서

떠오른 해는 세상을 다시 밝히고

강변 이쪽의 이승에서는

죽음이 연기로 피어오른다

 

이승과 저승 사이를 흐르는

갠지스 강가에서

사람들은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갠지스강의 거친 물결은

나룻배들을 춤추게 하는데

 

새벽하늘의

아름다운 태양 빛을 받으며

거친 갠지스강에 들어가

황토물에 목욕하는 사람들

 

몸을 씻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씻고 있다

 

가트 대신

어렵게 찾은

강가의 실내 화장장

 

창문에 창이 없어도

장작 타는 열기로

화장장은 염천이다

8개의 화장터에는

나무 위에 놓인

시신들이 불타고 있다.

그 사이를 지나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삶이 죽음이 되고

죽음이 삶으로

순환되는 순간

 

추하고 아름다운 것

불결하고 깨끗한 것

모두 이름을 잃고

하나의 실재 속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

 

세상은 한없이 성스러워진다

 


화장장 밖에서

거리의 악사가

만트라를 외며

싯타르를 연주하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여계봉 기자
작성 2021.09.07 15:04 수정 2021.09.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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