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코스미안상 수상자 발표

대상에 홍영수 '돌담에서 배운 소통의 방법'

금상 하진형, 은상 조승우



3회 코스미안상 수상자 발표

 

대상 홍영수 [돌담에서 배운 소통의 방법]

금상 하진형 [혼란의 시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은상 조승우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

 

[심사 총평]

 

3회 코스미안상 심사가 마무리되었다많은 사람들이 응모하여 코스미안상의 열기가 대단했다. 3차에 걸친 심사 끝에 영예의 대상은 홍영수 님의 '돌담에서 배운 소통의 방법'이 차지했다금상은 하진형 님의 '혼란의 시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은상은 조승우 님의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가 선정되었다.

홍영수 님의 '돌담에서 배운 소통의 방법'은 아주 쉬우면서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칼럼이다돌담이라는 평범한 소재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소통으로 연결시키는 비범함이 돋보이는 글이다현학적이거나 구태의연한 문구 하나 없이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진형 님의 '혼란의 시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칼럼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고귀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쓴 글이다문학적 소양도 갖추고 있다.

조승우 님의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는 전자출판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시기에 디지털 문학의 현주소와 그 앞날을 예리하게 분석한 글이다군더더기 없이 지성미 넘치는 글이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응모작 중에는 재능이 뛰어나고 글쓰기 실력이 대단한 작품들이 다수 있었다아쉽게도 이들 중에는 수필이나 신변잡기에 해당하는 글들이 많았다인문 칼럼과는 거리가 있고 공모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 애석하지만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인문 칼럼의 취지에 맞게 인간중심의 따뜻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칼럼을 쓴 주인공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시상식은 생략하니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대상 홍영수 당선 소감]

 

이제 수평선 너머의 노을빛 시선을 거둬들여야 하겠습니다그리고 햇귀의 나막신을 신고 뚜벅뚜벅 걸어볼까 합니다어떤 분의 신앙 고백서의 원고를 퇴고하던 중다음 생애에나 받아볼 수 있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맑고 높아서 상쾌한초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몇 점의 뭉게구름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함부로 떠돌지 않습니다저 또한 세속의 찌든 때로 오염시킬까 봐 얼굴과 손발을 씻고 나와 조심스레 올려 봅니다.

 

이렇듯 글쓰기란저에게 있어 그러한 존재입니다쓰다듬고 두드려도 선뜻 다가설 수 없는높은 성벽이고 튼튼한 옹벽입니다그렇지만 걸어가 보고 싶은 길입니다잘못 쓴 모음 자음의 모둠 넝쿨이 인연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졸필의 옷자락을 잡아 주신 손길차마 어찌 뿌리치겠습니까감사한 마음으로 고이 잡으렵니다.

 

칼럼의 이력도 없습니다매일매일 글쓰기라는 화두를 안고 죽비를 휘두르다 오늘은 코스미안에 왔습니다따뜻한 차 한 잔과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앞으로는 주름에 담긴 생의 여백에 칼럼이라는 글을 담아보려고 합니다창문 틈으로 비춘 가을 햇살에 자판 소리가 농익어갑니다.



[대상 당선작] 돌담에서 배운 소통의 방법

 

 

바닷가 시골에 살면서 주의 깊게 봤던돌담을 다시 생각한다어떠한 비바람과 태풍이 몰아쳐도 태연한 척 늘 제자리에 있었다당시 돌담을 쌓으신 아버지는 돌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들어 올려 보기도 하면서 서로가 맞지 않으면 다시 이쪽저쪽을 바꿔가면서 쌓으셨다그렇게 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지금까지 돌담이 돌담으로 서 있는 것은 바로 돌을 돌 자체로 볼 수 있는 안목과 특별함을 지닌 돌들의 개성 자체를 돌담 쌓는 아버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장소의 돌들이 담을 위해 한 곳에서 모여있다돌의 각진 쪽은 비슷한 각으로 맞추고둥글납작 한 것은 그 둥긂을 안을 수 있는 깊게 파인 곳과 맞물리고뾰쪽한 곳은 넓은 틈새에 끼워 맞춘다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몫에 충실하기 위해 둥근 돌은 모난 돌을 보고 모난 성격자라 하지 않고모난 돌 또한 둥근 돌을 보고 두루뭉술한 인격자라 하지 않는다마찬가지로 넓적 돌은 좁은 돌을좁은 돌은 넓적 돌을 의식하지도 탓하지도 않고 각자의 몫에 충실할 뿐이다.

 

이러한 다양체의 돌들이 모여 담장이라는 하나의 울을 만든다분별을 지우고 경계를 허물며김춘수의 시 <>에서 보듯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몸짓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한다무의미했던 존재가 관심을 가지니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돌담도 마찬가지이다생김새와 크기와 태생 등이 다른 몸짓들에 불과하지만 맞대고 있으면서 공생한다하나의 무생물이지만 오히려 손 내밀어 맞잡고 소통의 공간인 숨구멍을 만들어 넘어지지 않는 돌담이라는 의미가 되어 서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돌담을 쌓아 그 안에서 살아간다각자 가족과 태어난 고향학교직장 등돌들이 돌담을 이루듯 다른 개체와 개성들이 돌담이라는 사회를 이루어 그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그러한 인간 사회에서는 과연 돌담이 허물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서 있을 수 있는 틈새즉 소통이라는 돌담의 숨구멍 같은 것이 있을까.

 

지금은 그 어떤 정보도 손바닥 안에서 얻고 해결하는 초고속 정보화시대이다그래서 독립적이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보편화 되어 있다과학의 발달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을 잠그게 한다이러한 사회환경 속에서는 오직 편견과 선입견오만과 독선이 앞설 수밖에 없다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으니 소통은 불통이 되고 불통인 사회에서는 극한 대립과 반목의 고통이 있을 뿐이다그 예가 바로 티브이만 켜면 서로 잘났다고 큰소리치는 공적인 인물들그들은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또한가족이나 직장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극단의 대립 감정으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경멸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지극히 인간적인 측면의 인정마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막 나가고 있다대화와 소통의 부재소통의 한계에서 우린 비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 휩쓸려 오직 자신만 위하는 독선과 독단주의자에게는 돌담을 지금까지 돌담으로 서 있게 한 대화의 숨구멍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불통의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소통이라는 생활 무기가 필요하다소통은 다양한 의견과 다중의 취향을 꼭 껴안아 주고특히 이분법적이고 비합리적인 사유의 방식을 전복시켜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세대 간의 갈등과 성()차별지연과 학연 등으로 꽉 막혀있는 오늘날말 그대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돌담의 소통방식이다.

 

돌담은 소통의 통로이다구멍이 숭숭 뚫려 빗방울은 스며들고 바람은 길인 듯 스쳐 지나간다그리고 벌 나비도꽃향기도 사람들의 정도 오간다작은 틈새를 굳이 메우고 채우려 하지 않는 비움의 미학이다인간도 돌담이라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기에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비움으로써 채워지고 경계 짓지 않아야 나는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다양한 질감을 가진 돌들이 돌담을 이룬 어울림 속에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숨구멍이라는 소통의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소통의 공간으로 사람이 보이고 언덕 너머의 세계도 보이면서 공정과 정의가 숨을 쉴 수 있다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화를 해야 한다대화가 없다는 것은 소통이 없다는 것이고 소통이 없다는 것은 이타적(利他的인간관계가 아닌 배타적 동물의 관계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언젠가 휴가 때 시골 논두렁 길을 걷는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곧 소낙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을 올려 보았다그런데 그 먹구름의 가느다란 사이로 뭐라고 형용키 어려운 강렬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왔다그 빛을 한참 바라보며 먹구름 같은 장막이 드리운 친구 사이일지라도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작은 틈새가 있으면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친구가 다가오리라 생각했다.

 

인간(人間)이란 단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의미로 쓰였다돌과 돌의 사이가 있어 돌담이 있다숭숭 뚫린 구멍이라는 자기 비움이 없으면 돌담은 무너진다돌담이 바람과 맞서 싸워 견디고 이기려고 담을 쌓은 것이 아니다바람과 더불어 숨 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틈새를 메우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다.

 

그렇다인간도 오직 나만이것만저것만 하는 편 가르는 식의 분별과 경계 짓는 의식을 버리고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소통은 이것도 저것도 아우르는 포용력과 관용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분법적인 분별 의식의 마음가짐에는 어느 누가 다가오지도안아 주지도 않는다오직 열린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는 수납적 자세를 가져야만 대화와 소통의 조명이 가능하다.

 

돌담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각자의 돌들이 나는 너를 지고 있고너는 나를 이고 있으며나는 너를 안고너는 나를 베고 있으면서 모듬살이를 하고 있다서로 맞물리면서도 억지로 꿰맞추지 않는 그 자연스러움에서 피어난 것이 숨구멍즉 소통의 장소이다그곳은 바람이 자기의 길인 듯 자연스럽게 스쳐 가는 숨구멍이고 돌과 바람이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소통은 부딪침의 체험이지 상상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마르틴 부버는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라고 했다돌담이 서로 안고베고이고지고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자기만이 절대적 가치고 최고의 선인 듯 살아서는 아니 된다접촉을 통해 소통하면서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먼저 자기를 비우자서재의 창문을 가로막고 있는 책들을 치우면 어둠침침했던 방안에 햇빛이 들어온다장자의허실생백(虛室生白이 떠오른 이유다쥔 손을 펴면 허공이 손에 가득하다이렇듯 비우고 변해야 소통을 할 수 있다닫힌 마음을 활짝 열고 타인이 들어 올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돌담이 비워둔 공간으로 바람이 배시시 웃으며 길인 듯 스쳐 지나가듯 인간의 삶 속에도 허투루한 숨구멍을 두어 소통의 길을 놓아야 한다돌담이 되자그러나 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숨구멍을 가지자소통은 너와 나의 가로막힌 장막을 여는 열쇠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21.09.27 10:56 수정 2021.09.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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