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정명 [기자에게 문의하기] /
양양 낙산사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새벽 4시에 예불을 올리는 스님의 염불 소리가 낭랑하다.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홍련암에는 새벽부터 앉을 자리가 없다. 동해 바다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희미해질 즈음 여명이 밝아왔다.
홍련암에서 미명에 바라보는 의상대는 카메라만 갖다대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 중생들의 온갖 소원들이 새끼줄에 매달려 해풍에 흩날리는데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해수관음은 자비롭기만 하다. 여차하는 순간에 붉은 해가 바다를 뚫고 올라왔다.
신라의 의상도 여기서 저 해를 보았을 것이다. 붉은 태양도 그대로이고 파도가 때리는 갯바위도 그대로인데 사람만 옛사람이 아니다. 아니 저 해와 갯바위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 아닌가. 생자필멸과 흥망성쇠의 이치는 인간과 자연이 다를 바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지금 낙산사는 아름다운 가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