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사건은 공영개발의 탈을 쓴 민간개발


택지나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공영개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간개발이다. 난개발을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면서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개발하는 공영개발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국토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다.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한 공사들이 난립해 있다. 성남시의 대장동 사건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역시 지방공사 중의 하나다.

공영개발을 하게 되면 토지수용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토지수용은 공익을 위하여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개발 주체에게 토지 등을 신속하게 취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반면 특정 개발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하여 주변 지역의 도로, 상하수도, 전철 등 사회기반시설에 재투자하거나 새로운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재원으로 충당하게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일을 해온 기관이 LH로 알려진 한국토지주택공사다. 

LH는 그동안 신도시개발사업, 택지개발사업, 산업단지조성사업, 주거안정사업 등 국가 정책사업을 수행해 온 정부투자기관이다. LH가 개발한 대표적인 신도시로는 분당과 일산이 있고 군장산업단지, 명지녹산, 인천연수, 동해북평, 목포대불 등의 산업단지도 개발했다.

1980년대 후반에 약 600만 평의 분당 신도시를 개발할 당시 한국토지공사는 약 3조 원을 투입하여 잠실에서 오리역까지 분당선 지하철을 건설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분당-수서 간 간선도로도 건설하였다. 팔당에서부터 끌어오는 광역상수도 연결에도 거금을 투입했다. 일산 신도시 건설 당시에도 개발이익으로 자유로를 건설하였고 오두산전망대도 건립하여 통일부에 기부했다. 

LH는 택지개발 후 가처분 면적이 약 55%에 불과하다. 보상은 했지만 처분이 불가능한 단지 내 도로와 하천 등을 정비하고, 분당 중앙공원이나 일산 호수공원과 같은 대규모 공원을 개발하여 무상으로 지자체에 기부체납하기 때문에 매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토지는 조성용지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토공, 상하수도, 전기, 가로등, 통신,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등 조성공사비도 전체 사업비의 30% 정도 소요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당의 경우 평당 약 20만 원에 토지를 보상 또는 수용하여 조성한 택지를 평당 15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 당시 한국토지공사의 당기 순익은 10% 내외였다. 이런 내막을 알고 보면 '땅장사'라는 말을 함부로 하기 힘든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LH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하여 철저하게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 따라서 개발이익도 투명하게 환수가 가능하다. 그리고 매년 당기순이익이 나면 신규 공익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주주인 정부에 배당을 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립한 지방공사들이다. 서울의 SH공사, 경기도의 경기공사 등 광역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성남시, 수원시, 고양시 등 전국의 어지간한 기초단체도 산하에 개발공사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지방공사들은 사실상 중앙정부의 통제권 밖에 있으며, 단체장들이 마음만 먹으면 측근을 사장에 임명할 수 있고 차기 선거를 위하여 입맛대로 개발사업도 벌일 수 있다. 물론 전체 지방공사가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단군이래 최대의 비리라고 일컬어지는 성남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은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을 공공이 환수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공영개발의 탈을 쓴 민간개발로 보아야 한다. 시행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했지만 민간 부동산 시행업자에게 토지수용권을 주고 이권사업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약 1조 원에 육박한다는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기반시설 건설 등 공익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온전히 개인들이 착복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결과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각종 보도에 의하면 화천대유 주변에는 배임과 뇌물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지방공사들을 과감하게 혁파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들은 대장동 사건과 비슷한 사례는 없는지 전국의 지방공사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봉수 기자
작성 2021.10.13 11:53 수정 2022.12.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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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