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6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삶과 생각] 칼럼 ‘사라지는 것’ 필자 '손주리' 플로리스트는 “영원하 지 않은 것은 언제나 슬프다’며 이렇게 절절한 애상 哀想/哀傷을 적고 있다.
“운동 삼아 걸어가는 곳에 세이프웨이가 있고, 바로 옆에 오래된 장례식장이 있었다. 과거형인 것은, 일년 넘게 팬데믹을 겪으면서 썰렁하던 이곳이 얼마 전 단 며칠 만에 사라져 버려서다. 콘도를 짓기 위해 헐린 것인데, 수많은 장례식을 치렀을 이 장소가 단 사흘만에 흔적도 없어져서 마음이 늦가을 바람처럼 썰렁했다.
이곳을 지나면서 영미소설을 강의하셨던 지도교수님 생각을 종종 했었다. 데모가 일상이었던 시대라 학번별로 지도교수가 있었는데, 그분은 실상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 간섭도 혹은 감시도 없어 편하긴 했지만, 방치 당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그때 벌써 예순이 넘은 노교수님이었지만,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양복에는 주름 하나 잡힌 적 없고, 칼같이 다려진 셔츠하며, 구두는 반짝반짝, 번쩍거리던 황금빛 시계, 강의 도중 어쩌다 끼어드는 사담은 맛있는 음식 얘기 정도였기에,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시는 것 같았다. 나태해 보이지도 않았고, 날카로운 위트 감각도 있었는데, 강의 혹은 사회생활은 억지로 꾸려가는 듯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정년퇴임 때 공식 퇴임식을 극구 사양하셔서 대학원생들만 모여 기념논문 헌정식을 마련했다. 참석 안하시려고 뻗대는 것을 선배 두 분이서 말 그대로 등을 떠밀고 모셔왔는데. 땀을 뻘뻘 흘리시며 당신이 이런 형식적인 모임을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를, 영미문학에서 진수는 위트라고 하셨던 분답게 인사말에서 “나는 내 장례식에도 참석 안 할 것이다”로 표현하셨다. 재치 있는 이 말이 화두까지는 아니지만, 풀어야 할 숙제처럼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었다.
이북에서 만석꾼의 아들이었다가 육이오 때 미군의 통역장교로 남하하여 혼자 살아남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그 상실의 트라우마가 오늘 하루 자신만을 위해 잘 살아내자는 삶의 태도를 갖게 하신 것인가 막연히 짐작만 했다. 더 깊은 의식 속에 잠겨있을 무엇을 끄집어내는 것은 소설가의 몫일 것인데 내겐 역부족이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의 태도는 이렇게 성격에 따라 다를 테지만, 내 경우는 변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그 낡은 장례식장에 애착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기억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은 쓸쓸하다. 아침이슬은 사라져도 자연 속에서 순환하기에 김민기에게는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영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슬프다.”
<손주리 / 플로리스트>
아, 진정 영원하지 않기에 슬프고, 슬프니까 사랑이고 아름다움이 어라.
우리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그의 1815년 작품 크눌프(향수)에서 ‘아름다운 것들Beautiful Things’에 대해 하는 말 좀 음미해보자.
“때로는 나 자신에게 말하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금발의 날씬한 젊은 아가씨라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돼. 왜냐면 우린 자주 금발보다 더 아름다운 흑갈색의 아가씨를 볼 수 있으니까. 이밖에 도 가장 아름다운 건 창공으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라고 나는 생각하기도 하지. 또 어떤 때는 나비, 예를 들어 하얀 흰 색 나비 날개에 붉은 점이 박힌 나비, 이보다 경이로운 건 없어 보이지 또는 저녁녘 구름에 햇빛이 빛날 때 온 세상이 노을져 물들면서 우리 눈 부시지 않고 모든 것이 더할 수 없이 행복하고 순수해 보일 때 말이지.
Sometimes I say to myself that the most beautiful thing in the world is a slender young girl with blonde hair. But that’s nonsense, because often enough we see a brunette who seems to be almost more beautiful. And besides, there are other times when I think the most beautiful thing of all is a bird soaring free in the sky. And another time nothing seems so marvelous as a butterfly, a white one for instance with red dots on its wings, or the sun shining in the clouds at evening, when the whole world is aglow, yet the light doesn’t dazzle us, and everything looks so happy and innocent.”
“크눌프, 네 말이 맞아. 네가 제 때에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답지. Right you are, Knulp. Everything is beautiful when you look at it in a good moment.”
“그래. 그렇지만 그뿐이 아니야. 내 생각에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우리에게 즐거움외에 슬픔과 두려움도 주지. Yes. But there’s more to it. The most beautiful things, I think, give us something else besides pleasure; they also leave us with a feeling of sadness and fear.”
“왜냐고? Why?”
“내 말은 아름다운 소녀도 철이 지나면 늙고 죽는다는 거야. 아름다운 것이 영원하다면 좋겠지만 냉철히 바라봐야지. (영원하다면) 바로 지금 오늘이 아니더라도 아무때라도 볼 수 있지라고 나 자신한테 말하겠지만, 무엇이고 없어질 것으로 영원하지 않다는 걸 내가 알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을 기쁨만이 아니고 연민 憐愍/憐憫의 정을 갖고 보게 되지. I mean that a beautiful girl wouldn’t seem so beautiful if we didn’t know that she has her season and that when it’s over she’ll grow old and die. If a beautiful thing were to remain beautiful for all eternity, I’d be glad, but all the same I’d look at it with a colder eye. I’d say to myself: You can look at it any time, it doesn’t have to be today. But when I know that something is perishable and can’t last forever, I look at it with a feeling not just of joy but of compassion as well.”
“나는 그렇게 생각해. I suppose so.”
“밤 하늘에 터지는 불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어. 깜깜한 밤 하늘에 청녹색 靑綠色의 불곷이 피어올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이지. 그 아름다운 불꽃을 보는 순간 너는 행복하지만 동시에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게 되지. 그러니 행복과 공포는 같이 하지. 따라서 빨리 사라지는 아름다움이 오래 가는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거야. 너도 그렇게 느기지 않니? To me there’s nothing more beautiful than fireworks in the night. There are blue and green fireballs, they rise up in the darkness, and at the height of their beauty they double back and they’re gone. When you watch them, you’re happy but at the same time afraid, because in a moment it will all be over. The happiness and fear go together, and it’s much more beautiful than if it lasted longer. Don’t you feel the same way?”
-‘크눌프’(에서) 헤르만 헤세 (from) Knulp, Herman Hesse’
자, 이제 다른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해 하는 말도 좀 들어보리라.
“때로는 사람이 그의 외모나 말이 아니고 사람 됨됨이 그의 인성 人性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네. Sometimespeople are beautiful. Not in looks.
Not in what they say.
Just in what they are.”
― Markus Zusak, I Am the Messenger
기억하시게. 도움이 될 손이 필요하거든 네 팔 끝에서 찾을 수 있다네.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되지. 네겐 손이 둘 있다는 걸: 한 손으로는 너 자신을, 또 한 손으로는 남을 도우라는 손이라는 걸. Remember, if you ever need a helping hand, you’ll find one at the end of your arm.
As you grow older, you will discover that you have two hands: one for helping yourself, the other for helping others.
너의 '좋은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어. (앞으로) 좋은 날이 많이 있기를 기원하네. Your “good old days” are still ahead of you, may you have many of them.”
― Sam Levenson, In One Era & Out the Other
“네 주위에 아직 남아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고 행복해야지. Think of all the beauty still left around you and be happy.”
― Anne Frank
“모든 어린 여자 아이들은 (어떻게 보이든) 다 예쁘다고 말해줘야 한다. All little girls should be told they are pretty, even if they aren't.”
― Marilyn Monroe
“소녀는 고전적이고 멋져야 한다. A girl should be two things: classy and fabulous.”
― Coco Chanel
“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망상인가. 아름다움 미美가 착함 선善이란 것이.
It is amazing how complete is the delusion that beauty is goodness.”
― Leo Tolstoy, The Kreutzer Sonata
“구름은 내 삶에 더이상 비바람을 몰 고오는 것이 아니고 저녁 노을 지는 내(인생 황혼녘) 하늘에 (아름다운) 색깔을 칠해줄 뿐이다. Clouds come floating into my life, no longer to carry rain or usher storm, but to add color to my sunset sky.”
― Rabindranath Tagore, Stray Birds
“우리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실패와 고난과 투쟁과 상실 을 맛보고도 (절망의) 깊은 골짜기에서 길을 찾아 나온 사람들로 삶에 대한 (깊은) 감사와 감성과 이해가 있어 연민과 온화함과 배려심이 충만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The most beautiful people we have known are those who have known defeat, known suffering, known struggle, known loss, and have found their way out of the depths. These persons have an appreciation, a sensitivity, and an understanding of life that fills them with compassion, gentleness, and a deep loving concern. Beautiful people do not just happen.”
― Elisabeth Kübler-Ross
“네가 (꼭) 착할 필요는 없어. 회개하면서 백 마일에 걸친 사막을 무릎으로 기어갈 필요는 없어. 너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동물적 육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사랑하면 돼. 너의 절망을 내게 말해 봐. 나도 나의 절망을 말해 줄께. 어떻든 세상은 (세상 대로) 돌아 가고, 햇빛과 영롱玲瓏한 빗방울들이 산천초목 위로 흩뿌려 지고, 야생 거위가 푸른 창공 높이 제 집을 찾아 날아가지. 네가 누구 이든 아무리 외롭더라도 세상은 네 상상력에 달렸다고. 야생 거위 들이 거칠고 흥분된 소리로 외치듯 너도 네 자리를 찾으라고 알려주고 있어. You do not have to be good.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Meanwhile the world goes on.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Mean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are heading home again.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
― Mary Oliver
“(늘) 인생 삶의 아름다움만 보면서 하늘의 별들과 함께 살아(날아) 보라. Dwell on the beauty of life. Watch the stars, and see yourself running with them.”
― Marcus Aurelius, Meditations
“영원토록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고 흠이 있지만/많지만 (그래서/그래도) 그대는 아름다워요. You are imperfect, permanently and inevitably flawed. And you are beautiful.”
― Amy Bloom
“그대가 하는 모든 일, 그대가 하는 모든 생각이 그대를 아름답게 하네요. What you do, the way you think, makes you beautiful.”
― Scott Westerfeld, Uglies
“마치 속에서 불길이 타오르듯이 그대 피부 살 속에 달이 살아 있네요 (신비롭게 아름다운 월광月光 달빛이 빛나고 있네요)." As if you were on fire from within. The moon lives in the lining of your skin.”
― Pablo Neruda
“(모든 다른 것에) 비례하여 기묘하고 이상하게 기이奇異한 생소生疏함이 없다면 정교한 아름다움도 없다. There is no exquisite beauty… without some strangeness in the proportion.”
― Edgar Allan Poe
“아름다움이란 피상적으로 껍데기 표면적이지만, 추악함은 뼛속까지 배어있다.Beauty is only skin deep, but ugly goes clean to the bone.”
― Dorothy Parker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에 젊은이는 행복하다. 아무라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한 결코 늙지 않는다. Youth is happy because it has the capacity to see beauty. Anyone who keeps the ability to see beauty never grows old.”
― Franz Kafka
“가시에 찔릴 걸 무서워하는 자는 장미를 탐낼 수 없다. But he who dares not grasp the thorn Should never crave the rose.”
― Anne Bronte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이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한다. Everything ha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 Confucious
“평범하게 못 생긴 여인은 울보가 되지만 아름다운 여인은 쇼핑 나들이를 간다. Crying is for plain women. Pretty women go shopping.”
― Oscar Wilde
“난 모든 비참한 불행을 생각하지 않고, 아직 남아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한다. I don't think of all the misery, but of the beauty that still remains.”
― Anne Frank, The Diary of a Young Girl
“내가 주목하건대, 과거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던 감정이 그 후로 점점 팽창膨脹 현상을 일으켜 늘어나기에 우린 현재가 아닌 과거에 대한 충만한 감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I can only note that the past is beautiful because one never realises an emotion at the time. It expands later, and thus we don't have complete emotions about the present, only about the past.”
― Virginia Woolf
“아름다운 노래는 왜 슬플까? '사실이 아닌 까닭이지' '아니, (그럼) 언제나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 것도 아름다운 동시에 사실일 수는 없어.' Why do beautiful songs make you sad?' 'Because they aren't true.' 'Never?' 'Nothing is beautiful and true.”
― Jonathan Safran Foer, Extreme
Loud & Incredibly Close
“(천만 다행스럽게도) 우린 모두 성적인 '섹슈얼'한 피조물로 태어났는데, (아이고, 하나님 맙소사) 가엽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연스러운 천부天賦의 축복을 경멸하고 짓밟아버리려 한다. We are all born sexual creatures, thank God, but it's a pity so many people despise and crush this natural gift.”
― Marilyn Monroe
“아무리 평범하게 생겼어도 진실됨과 정직함의 진정성이 얼굴에 쓰여져 있다면 그 여인은 아름답다. No matter how plain a woman may be, if truth and honesty are written across her face, she will be beautiful.”
― Eleanor Roosevelt
“사람은 누구나 날마다 단 한 곡의 음악과 단 한 줄의 시와 단 한 점의 그림을 접해야 하리라. 조물주/창조주 신神이 인간의 영혼 속에 심어 준 아름다움에 대한 (심)미감(審)美感을 말소말抹消, 지워서 아주 없애 버리지 않도록 말이어라A man should hear a little music, read a little poetry, and see a fine picture every day of his life, in order that worldly cares may not obliterate the sense of the beautiful which God has implanted in the human soul.”
― Johann Wolfgang von Goethe
“고통이란 인간 삶의 귀찮고 성가신 한 부분이다. 가슴을 칼로 찌르는 아픔이다. 이런 일이 없으면 얼마나 좋으랴. 느닷없이 갑자기 닥치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이런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는 아름다움이라든가 진통제鎭痛劑 같은 고운 (애)정(愛)情 이나 (고통으로부터) 치유의 해방감 자유를 느껴볼 수 없으리라. 아픔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지만 이 아픔으로부터의 치유는 마치 네가 네 나래를 펴 푸른 창공 하늘로 날 때 네 얼굴에 마주치는 바람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리. 비록 우린 등에서 자라는 날개는 없더라도 고통에서 치유되는 느낌은 이처럼 우리 얼굴에 맞닿는 바람같은 것이리. Pain is a pesky part of being human, I've learned it feels like a stab wound to the heart, something I wish we could all do without, in our lives here. Pain is a sudden hurt that can't be escaped. But then I have also learned that because of pain, I can feel the beauty, tenderness, and freedom of healing. Pain feels like a fast stab wound to the heart. But then healing feels like the wind against your face when you are spreading your wings and flying through the air! We may not have wings growing out of our backs, but healing is the closest thing that will give us that wind against our faces.”
― C. Joy Bell C.
“진실은 언제나 항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말이 진실은 아니다. The truth is not always beautiful, nor beautiful words the truth.”
― Lao Tzu, Tao Te Ching
“나는 외모를 보고 벗을 삼고, 인격으로 지인을 고르며 지능을 가늠해 적을 만든다. choose my friends for their good looks, my acquaintances for their good characters, and my enemies for their good intellects.”
― Oscar Wilde
소년 시절 내가 읽은 다음과 같은 영국 시인의 시는 내 심정은 물론 다른 많은 남성의 독백이 되리라.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
이처럼 내 맘에 드는 얼굴을 본 적이 없어
나는 이 여인이 지나치는 모습 봤을 뿐이지만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이 이인을 나는 사랑할 거야"
-영국 시인 바네입 구지(1540-1594)
'There is a Lady Sweet and Kind'
"There is a lady sweet and kind
Was never face so pleased my mind
I did but see her passing by
And yet I love her till I die"
-Barnabe Googe(1540-1594)
이 시구를 읽는 순간 이것 참 가능하고도 많이 남을 일이라고 가슴을 치면서 나는 깊이 공감했었다. 그 어느 누구를 이렇게 죽도록 사랑해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행복이 세상에 어디 또 있으랴 하면서...
그때 그 순간 간절한 나의 소망은 내 인생 사는 동안 그런 여인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디 나뿐이었으랴. 언젠가 여러 해 전 비디오로 본 우리 나라 의 토크쇼 ‘세상 사는 이야기'에 나온 그 당시 34세의 '노총각' 이 소년시절부터 7년 동안 짝사랑한 아가씨에게 바치는 다음과 같은 독백은 우리 모든 남자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백이 있다면 나는 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하나 있다면 내가 바로 그 남자일 것입니다.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내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아가씨를 너무 너무 간절히 사모하다 못해 그는 어느 날 동네 시냇가에서 돌 하나를 차면서 '그 돌이 시냇물에 떨어지면 그 아가씨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그 돌이 냇물 건너편에 떨어 지면 그 아가씨가 날 좋아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힘껏 그가 그 돌을 찼을 때 그 돌이 건너편 냇가 둑에 맞아 부서지더 라고...
그야말로김소월의 시 '초혼招魂'에서와 같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
아니었을까?!
또 지난 1960년대 미국의 인기가요 'Secret Love'의 노랫말처럼
'가슴이 터지도록 마음 속으로 짝사랑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산꼭대기에 올라가 별에게라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Paul Anka - Secret Love
Secret Love
Once I had a secret love
that lived within the heart of me.
All too soon my secret love
became impatient to be free.
So I told a friendly star
the way that dreamers often do
just how wonderful you are
and why I'm so in love with you.
Now I shout it from the highest hills,
even told the golden daffodils.
At last, last my heart's an open door
and my secret love's no secret anymore.
Now I shout it from the highest hills,
even told those golden daffodils.
At last my heart's an open door
and my secret love's no secret anymore—
anymore—
anymore.
(Paul Anka released this song with music written by Sammy Fain and lyrics by Paul Francis Webster in 1960 as the A-side of a 45-RPM single. It was originally used in the soundtrack of the feature film "Calamity Jane" in 1953, where it was sung by Doris Day who was the lead actress in the film.)
그런데 이렇게 짝사랑하며 살다 보니 그런 여인을 하나만 아니고 수도 없이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날이면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감지 않고 눈을 뜨고 있는 한.
길을 가다 또는 영화나 TV 화면을 통해, 아니면 책 속에서도 그리고 꿈 속에서도 만나게 된다.
위에 언급한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아름다움은 순간적인 찰나에 있다'면, 다시 말해 불꽃놀이 불꽃처럼 터져 피어오르는 순간 사라 지는 것이라면, 꽃도 이슬도, 젊음도 목숨도, 인생 자체도, 세상 모든 게 다 그렇지 않은가.
그럴진대 결코 반복되지 않고 늘 변하고 있는 것의 모든 모습에서 영원토록 기억하고 남을(?) 스냅 사진 찍듯 순간 순간 다른 아름다움을 보고 순간 순간 애간장이 타고 녹도록 애달픈 사랑을 해보리라.
모든 순간적인 풍경과 장면에서
모든 순간적인 표정과 동작에서
모든 순간적인 생명이 피어나는
모든 순간적인 사랑이 타오르는
모든 순간적인 불꽃놀이 불꽃의
모든 순간적인 아름다움 하나도
놓침 빠짐없이 만끽하는 행복을
우리 하나같이 유감없이 누리리
우리 사랑하는 순간은 영원하리
이런 코스미안 순간은 영원하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