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희망이는 희망 있다

하진형

사진=하진형


배달통을 장착한 오토바이가 배달을 마치고 과일가게 앞에 도착하자 과일 상자 곁에 앉아 있던 희망이가 꼬리를 흔들며 아저씨를 마중한다.

 

큰 도로 앞에서 과일가게를 하던 아저씨는 예전부터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버려진 강아지를 거두어 키우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았다. 천성이 선한 사람의 모습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인터넷을 뒤진다. 집이 넓지 않아 큰 개를 키우기는 부담스러워 작은 반려견을 찾고 있었는데 지난해 11월 말, 삼척소방서에서 어린 강아지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천리 길을 마다치 않고 차를 몰았다. 아내와 같이 경남 마산에서 강원도 삼척까지 초행길을 운전하여 갔는데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유기견을 처음 만났을 때 생후 2개월 정도 된 아기는 마냥 떨고 있었다. 과일집 아저씨는 한눈에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가여운 모습을 보며 아내가 호야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호야는 더 이상 유기견이 아니었고, 주인을 찾지 못하여 생을 마감하는 안락사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렇게 호야는 유기견에서 과일가게 반려견으로 입양되었다. 과일 아저씨 부부는 호야를 막내아들처럼 정성으로 돌보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호야는 재롱을 부리며 완벽하게 가족이 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호야는 도로 건너편 버스정류소에 내린 엄마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에 마중하러 뛰어가다가 차에 치이고 말았다. 한겨울 낮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소리가 호야의 비명 소리와 함께 퍼져 나갔다. 엄마는 주저앉았고 가게 안에서 일을 보던 아저씨는 반사적으로 호야에게 달려갔다. 호야를 치인 차의 주인은 개새끼를 왜 묶어 놓지않느냐며 화를 내곤 가버렸다.

 

아저씨는 피투성이가 되어 아스팔트에 널부러진 호야를 보며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숨을 쉬고 있었다. 아니 생명이 아직 붙어 있었다. 아저씨는 호야를 안고 정신없이 뛰었다. ‘호야~ 미안하다. 제발 죽지만 말아다오.’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었다. 다행히 동물병원은 멀지 않았다. 수의사의 손놀림은 빨랐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느렸다. 아내가 치료를 마치고 나온 의사에게 물렀다. “선생님, 희망 있겠습니까?” 긴 숨을 내쉰 의사는 말했다. “기다려 보시죠, 희망은 있습니다.”

 

아내는 그때 호야의 이름을 희망으로 바꿨다. ‘희망은 아내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다행히 희망이는 회복했다. 태어난 지 겨우 두 달 만에 버려지고, 입양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못했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희망이는 어쩌면 세상을 느낄 수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과일 아저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 그지없다. 희망이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 희망이가 살아나 주어서 고맙고 멀지않은 곳에 있던 동물병원도 고마웠다. 새삼 우리 주변에 또 다른 가족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한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것이 사람과 다르고 하찮게 생각할 수 있을지라도 생명은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이를 퇴원시킨 얼마 뒤 아저씨는 대로변 과일가게를 정리하여 작은 도로의 골목길로 옮겼다. 이사를 한 것은 대로변의 가겟세가 비싼 탓도 있었지만 희망이에게 덜 위험한 환경적 요인도 큰 이유였다. 희망이가 우리에게로 온 지 거의 1년이 된 요즘은 작은 배달이 있을 땐 세 식구가 함께 가기도 한다. 이때는 희망이도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 앉아 세상의 사연과 사랑을 나른다.

 

새로 옮긴 과일가게 옆엔 또 다른 희망(야망)을 가진 젊은 스타트업 사장 부부가 일하는 곳이 있다. 가끔 출입문이 열릴 때면 희망이는 작업장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가 휘저으며 뛰어논다. 그 귀여움에 스타트업 작업장에 웃음소리가 울린다. 스타트업 부부에겐 희망이의 이름이 희망이어서 더욱 좋다. ‘나도 희망 있다. 반드시 나의 큰 목표를 이룰 것이다.’

 

그때 과일 아저씨의 걸걸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린다. ‘히마이~(희망이의 경상도식 발음), 오빠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가자.’ 생각해 보면 세상엔 희망이 온 천지에 있다. 희망이의 가벼운 발끝에도, 스타트업 작업장의 탁자 위에도.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행정안전부 등록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bluepol77@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05 08:33 수정 2021.11.05 09:0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명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