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편지] 오빠의 아이스크림

소중한 인연인 만큼 오늘 하루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세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부모님과 오빠 네 식구가 휴일을 맞아
놀이공원에 갔었습니다.

한여름, 정말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제 옆에 아이스크림을 든 유치원생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덥다는 이유로 유치원생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먹어버렸습니다.

정말 뜬금없는 못된 행동.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광경을 오빠가 보고 있었나 봅니다.
오빤 제가 뺏어 먹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빼앗아
유치원생에게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유치원생이 울음을 터트렸고,
유치원생의 부모님, 우리 부모님 모두
울음소리에 놀라 유치원생과 오빠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 광경은 누가 봐도
오빠가 유치원생의 아이스크림을 뺏어 먹는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오빠는 부모님에게 꾸지람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오빤 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빠도 그때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지금까지 우린 단 한 번도 그때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어릴 적 일이고, 지금 그 이유를 묻는다고 해도
멋쩍어하며 웃어넘길 사람이 오빠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

"오빠! 그 어린 나이에도 어떻게 그런
멋진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 거야?
사실 지금까지 말은 안 했지만,
마음에 늘 걸렸단 말이야!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오빠!
혹시 오빠 아들이 잘못해서 혼낼 일이 생기면
이유는 꼭 들어보고 혼냈으면 좋겠어.
오빠 아들이잖아. 혹시 알아?"


형제, 자매..
어릴 때는 그렇게 가깝게 지내다가도
성인이 되어서는 각자의 삶을 사느라 안부조차
자주 묻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같은 사랑을 받고 자라며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추억을 함께했으며
누구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아는 관계.
다시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하늘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인 만큼 오늘 하루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세요.



최현민 기자
작성 2021.11.19 10:17 수정 2021.11.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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