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낙엽이 뒹구는 11월 하순이다. 거리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사람들의 발끝에 채인다. 동물들은 긴 겨울잠을 준비하고 인간들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계절에 자연은 스스로 생성과 소멸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흘러가고 있다.
콘크리트 제국에 둘러싸인 도시는 회색빛의 겨울을 몰고 오지만 잘 정돈된 자연이 그대로 있는 경복궁에는 사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떨어진 낙엽이 말라가는 11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정겨운 경복궁의 낙엽길을 걷노라면 그냥 편안한 마음이 든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자연이 된 경복궁은 도시인들의 지치고 힘든 일상을 치유해 준다. 커피 한 잔 사서 경복궁 벤치에 앉아 경회루 연못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커피 마시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나태주 시인의 11월이라는 시가 더욱 깊에 다가오는 계절이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날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