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36

김관식

시인의 의자·36

-만가

  

쓰레기장 주변의 웅덩이 생태공원, 그 옆에 지어진 장례식장이 임시 코로나 바이러스 격리소로 당국에서 빌려 쓰다가 드디어 장례식장이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을 임시 코로나 바이러스 격리소로 빌려준 것은 장례식장을 지은 사장이 대한민국방역협회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져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2주간 격리 코로나 바이러스 격리소로 당국에 빌려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장례식장 개업날은 간소하게 치루어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대적인 홍보로 거창하게 개업식을 치룰 생각도 했지만 방역협회장이 그리 할 수는 없었습니다백신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효과를 발휘하여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의 일일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대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두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그러자 장례식장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식장으로 전국에 알려졌습니다. 장례식장 간판을 방역 장례식장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사람들은 대부분 방역당국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바이러스가 옮길까 봐 가족들도 시신을 보지 못하고 화장해서 철저하게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았습니다. 그러자니 장엄한 장례식이 치러져야 함에도 마지막 가는 길을 정말로 초라하게 장례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가족끼리 장례를 치르게 되는 것을 어떻게 하면 평상시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장례식을 치르는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던 중에 장례식장 사장은 기발한 묘안을 냈습니다.


방역협회장이라는 신분을 충분히 이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로 죽음을 맞이한 경우 특수 약품처리 및 시신 보관용 냉동관을 만들어 바이러스가 전혀 전염되지 않게 했습니다. 평상시와 같이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코로나바이러스19에 적합한 장례문화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 내부를 철저하게 소독하여 여기에서 설혹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오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지 않는 식장 내부 소독제를 개발하였고, 이 차별화된 장례식장 서비스를 널리 홍보하였습니다


이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다른 장례식장과 차별화되었기 때문에 연일 빈 빈소가 없을 정도로 장례식장 사업이 날로 번창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전국에 알려져 이웃 지방에서도 모두 방역장례식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 한 일 년 동안 사업이 번창하여 톡톡히 재미를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업이란 경영자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고 영업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여러 가지 돌발상황에 의해 부도가 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억세게 운이 없다고 합니다. 방역장례식장이 날로 번창하던 중에 장마가 졌고, 급기야 쓰레기장 주변과 웅덩이 생태공원이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장례식장도 장맛비로 불어난 홍수에 모두 잠기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었습니다.


방역장례식장은 이후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시인의 의자가 홍수에 떠내려감과 동시에 방역장례식장은 유령 장례식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장례식장이 초상이 난 것이었습니다. 세상은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은 직종은 관광업이었습니다. 해외 관광객들이 줄을 잇자 관광산업과 이와 관련된 산업이 규모가 확대되고 번창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해외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는 항공 산업의 발을 묶어 놓았고, 여행사들의 부도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관련된 여행지의 숙박업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와 같이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나 돌발상황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거대 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경영 능력이 뛰어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일지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위험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직 신만이 아는 영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운명론자들은 이러한 돌발상황을 정해진 운명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자신이 하는 사업이 실패한다는 생각을 하고 뛰어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돌발상황은 모든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게 되는 것입니다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재산을 탕진한 사람도 있고,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일확천금을 얻었다는 사람도 있고 원금조차 모두 날리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일확천금의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확률이 거의 없는 로또복권을 사고 혹시나 나에게 행운이 올까 일확천금의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낙타가 바늘귀를 끼어가는 격으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허황된 꿈을 꿉니다. 잘되면 자기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을 하거나 남의 탓으로 원망을 합니다. 모든 문제는 자신이 판단을 잘못 한 데서 비롯된다고 보아야 옳을 겁니다. 인과응보라고 하지 않습니까?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는 법인데, 악행을 쌓아놓았으니 결말이 좋을 리 없을 줄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 잘못을 끝끝내 시인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자기만이 옳고 정의롭다고 합리화하기 급급했습니다.


시인의 의자를 쓰레기장에 버린 죗값은 결국 천벌로 내려진 것입니다. 홍수로 인한 재난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합니다. 신의 영역이지만 방역장례식장은 하늘의 뜻에 거역한 대가를 톡톡히 치운 셈입니다. 베풀어준 은혜에 대해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베풀어준 사람을 짓밟는 어리석음은 결국 천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웅덩이 지킴이 할아버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였던 시인의 의자와 그가 살던 땅을 팔아먹은 할아버지의 먼 친척, 그리고 그곳에다가 방역협회장의 지위를 남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장례식장을 지어 떼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욕심은 그들을 모두 나락으로 떨어뜨려 놓고 말았습니다.

유령장례식장에서는 밤마다 만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만가

 

             김관식

 

넝마주이처럼 갈퀴질

졸부 나 영감

병원 특실 입원도 못 해보고

코로나19로 저승으로 갔다

 

임종도 못 지킨 상주

울다가 웃다가 실성했다

염병, 지랄병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

조문객들 발길 끊겼다

상갓집

문지방 앞에 차려놓은

나물, 홍어, 돼지고기

주안상

 

파리 떼들만 우글우글

손사래 휘저으며

파리떼 쫓아내는 상두꾼들

막걸리 한 사발씩 들이키고

마스크 쓰고 관 대신 유골함으로 채운

빈 상여 멨다

딸랑딸랑 금빛 종 흔들어대는 앞소리꾼

구성진 만가 선창

어쩔거나 어쩔거나 불쌍해서 어쩔거나

상여꾼 받아서 에고 에고

전생의 숙포로

염도 못해 본 유골단지 속 뼛가루 나 영감

상여꾼 뒤따라가며

저승길 극락왕생 비는 스님의 목탁소리

 

지석강 드들보 드들이 울음소리

영산강 굽이굽이

구진포 지나 영모정의 임제 선생

호방한 웃음소리까지

죽산보에서 물거품으로 뿜어대며,

거슬러 올라간 올곧은 선비

금사정 동백꽃 울음 같은

시 한 편

저승과 이승을 잇는

강물 흐느끼는 소리

 

공수래공수거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1.12.06 08:03 수정 2021.12.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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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