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18년 겨울, 지난 3년간의 편지를 묶어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졸업선물로 전합니다.”
2016년 봄, 기숙중학교로 딸을 보내고 내가 더 그리워 매주 한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봉투에 ‘전라남도 보성군 미력면 보성강로 279’를 적을 때마다, 그 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도했습니다. 어느새 2018년 겨울, 부끄러움을 뒤로 한 채 그동안의 편지를 묶어 딸에게 졸업선물로 전합니다. 사전검열을 하고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3년 동안 손수 우체국에 가 편지를 보내준 아내에게 감사드립니다.
[본문 中에서]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부족하고 부족한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겠구나. 무조건 옆 친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단순 경쟁의식보다는,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그로 인하여 얻는 결과와 노력의 정도를 비교 평가해보고, 또한 결과가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더라도 인정하고서, 공부의 방법, 노력의 정도를 검토하고 가늠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설사 이번 시험이 쉽지 않아 그 결과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또 다른 노력을 할 수 있는 다음이 있으니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2016년 4월 25일 편지글 中에서
“정서야, 지금은 잠 잘 자? 밤에 잠이 잘 안온다고 하니 아빠, 엄마는 큰 걱정이다. 너무 고민이 깊어서 그러는 거냐? 지내 놓고 보면 다 별거 없더라. 걱정거리 내려놓고 내려놓자마자 발로 툭 차버려라.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걱정이나 고민이 있더라도 밤에는 절대 하지 말고 낮에 해라. 밤에 하면 아프다. 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잠이니, 낮에 줄넘기 등으로 운동을 해 몸을 피곤하게 하면 쉬이 잠들 수 있을 것이다.”
- 2017년 9월 4일 편지글 中에서
“루쉰 선생님께 길을 걷고 있는 너에게 전하는 한 말씀을 부탁했더니, 그의 단편소설 <고향>을 통해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사실 땅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는 말씀을 너에게 남기셨구나. 길을 걷는 이가 아름다운 이유는 목표를 만들어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 때문이다. 너의 길을 걸어 그 희망에 이르기를, 너의 존재를 사랑하기를,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 2018년 8월 29일 편지글 中에서
(이선우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08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