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편지]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임세원 교수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

환자들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
정신의학과 베테랑 의사인 내가 우울증에 대해 모른다면,
도대체 누가 이 병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2012년 6월, 해외연수를 앞두고 무척 들떠 있던 그때,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나는 평소대로 고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갑작스럽게 누군가 허리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조금 쉬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수술과 물리치료, 약 복용에도 도무지 효과가 없었다.
단 10분을 앉아 있기 힘들 정도의 통증으로
나는 점점 지쳐갔다.

한 주, 두 주 시간이 흘러가면서
내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사그라들었고,
나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가 아직 곤하게 자고 있는
새벽 세 시, 네 시 정도에 거짓말처럼 눈이 반짝 떠졌다.
늘 아프던 곳은 더 아프게 느껴지고,
평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부위까지
고통이 느껴졌다.

괴롭다
힘들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끝에
나는 죽음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 8월 2일 새벽 3시 43분.

모두가 깊이 잠에 빠져 있는 시간.
나는 외출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차 열쇠를 챙기려다
작은방에서 엄마와 함께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이내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나는 못된 생각을 포기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끝낸 나는
이제 환자들에게 최소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도 그 병, 잘 알아요."

비로소 환자들의 마음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된
나는 모든 분과 함께 이렇게 다짐하고 싶다.
결코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진료실로 맞이했는데
환자의 증상은 이미 심해질 대로 심해져
판단력이 흐려지고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임세원 교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을 감지하고 곧바로 옆 방으로 대피했지만,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의료진과 환자들을
대피시켜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진료실에서 뛰쳐나와
"모두 도망치세요"라고 외쳤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다가
갑자기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임세원 교수의 유족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보다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말로
고인의 유지에 동참할 뜻을 밝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의료기관 내에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임세원 법'이 통과되었고,
임세원 교수는 의사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최현민 기자
작성 2021.12.31 11:07 수정 2021.12.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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