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자유와 방종

고석근

 

자유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 김수영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종이 된다고 한다. 이 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명제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너무나 큰 어려움이 따른다.  

작은 행동에서야 자유인지 방종인지 쉽게 구분이 되지만 큰 문제에서는 책임의 한계를 따진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렵다.

남녀의 사랑, 부모의 양육, 교사의 훈육, 공무원들의 공무 집행, 사업가들의 회사 경영, 정치가들의 나라 살림살이. 이런 것들에게서 우리는 자유와 방종을 명확히 가려낼 수 있을까?

한국의 대표시인 김수영은 말했다. “자유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석가의 출가를 생각해보자. 그는 한 나라의 왕자이고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밤에 집을 나가버렸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전형적인 방종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가슴 깊이 중생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의 힘으로 깨달음을 얻고 중생제도에 나섰다. 그의 아내와 아들도 그에게 귀의했다그가 결국은 책임을 다했기에 그의 출가는 방종이 아니고 자유일까? 그렇다면 그가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그의 출가는 자유가 아니고 방종이 되는 건가?

 

그는 가슴 가득히 사랑을 품었기에 깨달음을 얻지 못했더라도 그의 출가는 자유로 봐야 할 것이다. 그가 깨달음을 얻지 못했어도 그의 아내와 아들도 결국은 그의 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 그는 책임을 다한 게 아니겠는가?

 너의 자유로운 혼이 가고 싶은 대로
 너의 자유로운 길을 가라


 - 알렉산드르 푸시킨,부분

 

인간이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자유로운 혼이 가고 싶은 대로가는, 사랑이 자유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이정민 기자
작성 2022.01.06 10:45 수정 2022.01.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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