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보쌈과 스토커

하진형

사진=하진형


요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비혼자(非婚者)들이 많지만 조선시대에는 누구나 당연히 결혼은 하는 것이었는데 가난하여 장가를 가지 못하는 총각들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당시엔 엄격한 신분제 하에서 남편을 일찍 여윈 여인들의 재혼은 생각도 못하게 하고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고 자식들을 키우며 수절하는 것을 미덕(美德)으로 추켜세우면서 열녀문까지 세우기도 했다. 가문의 명예를 위하여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조혼(早婚)이 성행하던 시절 그 잘난 가문의 명예 때문에 한 여인의 일생을 희생시키는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다행이라면 그런 문화의 와중에서도 사람의 본능적인 면을 위해 눈감아 주는 풍속이 있었으니 바로 보쌈이다. , 가난하여 혼기를 놓친 총각이 과부를 밤에 몰래 보에 싸서 데려와 부인으로 삼기도 했고 일부는 친지들이 보쌈을 도와주기도 했다.

 

, 별당에 있는 혼자된 며느리가 보쌈당하는 기색이 있어도 어른들은 모른 척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무리 시대적 제도가 억압하고 있더라도 인간의 본능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었다는 방증(傍證)이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억눌림인 사회제도 안에서, 어쩌면 목숨보다 중요했던 가문의 명예를 뒤로하고 청상과부의 한을 풀어주는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번 시집가면 그 집안의 귀신이 되어야 하는 제도 아래에서 젊은 며느리의 한과 사돈어른들의 아픔을 그런 방식(보쌈당해가는 것을 모른 척하는)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근년도에 들어서 개인주의, 생활고, 의식변화 등으로 비혼자들이 많다. 물론 그 속에는 맞벌이로 대표되는 양성평등사회의 특성들이 녹아 있고, 많은 영역들이 남녀의 차별보다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보편화되어가는 면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지도 못하는 죄명(罪名)이 등장했으니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다. 남녀 간의 데이트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말인데도 그곳에 폭력이 개입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런데 그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실정법으로 정하고 처벌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어렵다.

 

우리는 가끔 라떼는 말이야라는 풍자적 표현을 쓰며 가볍게 웃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웃어넘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상이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멸종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때 16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곧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왕조가 다스렸던 조선시대가 끝나고 근·현대로 접어든 것이 겨우 1세기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역사 이래로 길게 유지되어 왔던 농경시대에서 산업·정보시대로 변하였고 그 변화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까지 라떼는 말이야하고 있다가는 자신만 뒤쳐진다. 아니 도태될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사회환경 안에서 앞서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고집 때문에 뒤쳐지지는 말아야 한다. 우생마사(牛生馬死 - 강을 건널 때 헤엄 잘 치는 말은 죽고 강물은 비스듬히 타고 떠내려가는 소는 산다)라는 말은 옛날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사회환경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아무리 나의 마음에 드는 이성(異性)이 있을지라도, 내가 선의로 좋아해서 따라다닌다 해도 상대가 싫어하고 수치심을 느끼면 안 되는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속담만 생각해선 안 된다. , 보쌈과 스토커 중 어떤 것이 틀린 것이 아니고 그 시대에는 용인이 되었고 지금 시대에는 위법하다는 사실이다.

 

설 명절 지났다. 예전 같으면 어른들이 편안하게 물어 볼 수 있는 결혼 언제 할 거냐? 연봉 얼마나 올랐냐는 말을 조심스레 돌려서(요즘 비혼자들이 많다던데 네 생각은 어떠냐? 코로나로 어려운 회사들이 많다던데 네 회사는 괜찮냐?) 물어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상살이는 다양해야 한다. 다름의 장단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가급적 누군가의 장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양성평등의 문제는 보편적인 화두다. 굳이 남녀문제를 긁어내기보다는 우리 모두를 생각하자. 그 정도는 우리의 양심으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맹자(孟子)는 우리들 마음속에는 선한 마음이 있다고 설파하며 그것의 중심에는 용서할 서()’가 있다고 했다. , 너와 나의 마음이 같을 때 마음속에 평화가 깃드는 것이다. 갑자기 생각나는 문구가 서()이다.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행정안전부 등록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이메일 bluepol77@naver.com

 

작성 2022.02.04 10:53 수정 2022.02.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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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