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칼럼] 인명풀이 중애(仲哀)천황

최규성

한일고대사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임나일본부설이라 할 수 있고, 거기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신공황후(神功皇后)라 할 수 있다. 신공황후가 4세기 후반인 369년에 한반도 남부지역을 정벌하여 임나일본부를 설치하였고, 이후 약 200년 동안 식민지처럼 경영했다는 것이 임나일본부설의 골자다. 다시 말해, 옛날에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처럼 지배했었다는 주장이 임나일본부설인 것이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신공황후는 일본의 제14대 천황인 중애천황(仲哀天皇)의 왕비인데 남편인 중애천황이 신라 정벌에 나섰다가 전사하자 임신중인 상태였음에도 죽은 남편의 뒤를 이어 전쟁을 계속하였고, 결국 신라왕의 항복을 받아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임나일본부설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남편인 중애천황(仲哀天皇) 역시 임나일본부설 또는 신공황후의 실존여부와 관련하여 거론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 할 것이다. 결코 가볍게 넘겨버릴 수 없는 존재이다.

 

이 글은 중애천황(仲哀天皇)의 이름을 올바르게 풀이함으로써 여태까지 잘못 알려져 온 한일고대사의 맥을 바로잡는 작업의 일환으로 쓰는 것이다. 실존여부도 명확하지 않은 고대 일본의 천황 이름 따위를 알아내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콧방귀 뀌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시도가 굳게 닫혀있던 한일고대사 비밀의 문을 여는 핵심열쇠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서기기록들을 바탕으로 하면 중애천황(仲哀天皇)은 서기 148년에 일본무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192년에 천황이 되었고, 서기 200년에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연도들은 그동안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신뢰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서기의 연도계산에 따르면 중애천황 아버지인 일본무존이 사망하고 난 뒤 30년이나 지난 후에야 태어났다는 얘기가 되어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연도의 오류는 이미 일본의 신정백석(新井白石; 아라이 하쿠세키)이라는 학자에 의해 300년 전인 1700년대에 밝혀져 있는 내용이다.

 

백제의 역사서와 연도를 대조하여 중애천황과 신공황후의 활동연대를 2주갑 후대로 끌어내리면 얼추 맞다는 주장에 따르는 연구자들도 더러 있지만 그 ‘2갑자 수정설역시 수긍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긋나는 부분과 불합리한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상당수 역사학자들이 ‘2갑자 수정설을 맹종해 왔고, 그로 인해 예전에는 황당무계하다고 외면당하던 임나일본부설이 오히려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갑자 수정설에 따르면 중애천황은 268년에 출생하여 312~320년에 천황으로 재위하였고, 그 왕비인 신공황후는 320~389년 사이에 섭정을 했으며 그 기간 중에 한반도 남부지역을 정벌했다는 기록이 분명한 사실처럼 되어버린다. 지금도 그 수정설을 믿고 따르는 학자들이 많이 있는데, 그 수정설 자체가 엉터리임을 알아야 한다.

 

미리 결론부터 말해두지만, 앞에 나온 연도들 모두가 엉터리이며 중애천황과 신공황후가 실제로 활동한 시기는 서기 500년대 초반~중반이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중애(仲哀)천황의 이름

 

중애천황(仲哀天皇)은 일본어로 쥬아이텐노(ちゅうあいてんのう)”라 부르고 있다.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뭐라고 일컬었던 이름을 仲哀라는 한자로 차자하여 적은 것인지 알지 못하다 보니, 후대인들이 그냥 한자음 그대로 음독하여 주아이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애천황(仲哀天皇, 주아이텐노)’은 중국식인 한풍시호(漢風諡號)이고, 일본식이라 할 수 있는 화풍시호(和風諡號)족중언(足仲彦, 타라시나카츠히코)’라 한다. 먼저 화풍시호인 족중언(足仲彦)’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足仲彦타라시나가츠히코라 읽는 것은 오독한 것이다. 한자 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아시(あし)’ 또는 타루(たる)’이고, 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나카(なか)’이다. 일본어사전을 찾아보면 의 훈독은 아시(あし), 타스(たす), 타리루(たりる), 타루(たる)’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足仲彦타루나가히코라 하거나 아시나가히코라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둘을 한꺼번에 합쳐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타라시나가츠히코라 읽고있다. 그러니까 타라시나가츠히코라 읽는 것은 오늘날의 일본인들이 잘못 읽고있는 것이고, 본래는 타라나가히코정도로 읽어야 올바르다는 얘기다.

 

足仲彦타라시나가츠히코가 아니라 타라나가히코”로 읽어야 한다는 것, 우선 이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화풍시호인 족중언(足仲彦)’에 대해서는 일단 여기까지만 언급한 후 잠시 보류해 두고, 이제 한풍시호인 중애(仲哀)’라는 이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다음 편에 계속)

 

[최규성]

방송작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메일 ; crazychop@naver.com

 

작성 2022.02.04 11:19 수정 2022.02.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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