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 글쓰기

고석근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최근에 두 군데의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했다. 그동안 써 놓은 글들이 책 두 권으로 정리되었다산다는 건, 매듭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가 지나고 오늘이 시작되고, 한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되고......

 

옛 이야기에 보면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긴 사람들은 돌이 되어 그 자리에 한평생 서 있어야 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글들은 나의 글쓰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것이다.

 

처음으로 중3 때 자발적으로(숙제가 아닌) 시를 썼다. 추억이라는 감상적인 시를 써서 그 당시 중학생들이 많이 보던 합격생이라는 잡지에 투고했다. 서점에서 합격생에 내 시가 활자화되어있는 것을 조심스레 확인하는 순간, 나는 그야말로 날아 갈듯이 기뻤다.

 

존재감. 자전거를 타고 가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쟤 시가 합격생에 실렸어!” 그래 나는 이 존재감을 위해 시를 쓴 것이다. 시골의 까만 아이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글쓰기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미술반을 그만두었다. 크레파스를 살 돈이 없어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 것이다.

 

글쓰기는 얼마나 좋은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까. 그 뒤에도 나는 외로울 때마다 글을 썼다. ‘자의식 강한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만으로 부족했나 보다 50대에 들어서며 불안장애진단을 받았다.

 

ㅅ 대학 병원의 검사결과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해서.......’ 아마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같다. 한국전쟁 때 부모님께서는 남쪽으로 피난을 가셨다고 한다.

 

날이 저물어 남의 빈집에 하루 묵기로 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밥을 지으셨는데, 아버지가 어디서 쌀이 났냐고 하셨단다. 어머니는 이 빈집의 곳간에서 찾아냈다고 하자 아버지는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그런 결벽증이 내게 있는 듯하다. 나는 뭔가 잘못되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직장, 단체, 조직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겁이 많아 당당하게 잘못을 지적하지는 못하고 혼자 쓸쓸히 퇴장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혼자가 되었다. 강의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그러나 내가 무리 속에 들어가면, 무슨 이유가 생겨 조만간 튕겨져 나왔다.

 

오랫동안 자유인으로 살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를 힐끔거렸다. 하지만 어느 분야에서도 나는 정착하지 못했다. 시장에서 우연히 본 사주, 내게 외로울 고()가 있단다.

 

내 안에는 외로운 늑대가 살고 있는 것 같다. 가끔 하늘을 향해 구슬프게 울부짖는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쉽게 씌어진 시()부분

 

시 공부할 때 스승님이신 ㄱ시인께서는 어느 날 겁쟁이들이 글을 쓴다.”고 말씀하셨다. 글을 쓰는 건,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 세상.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시인은 끝내 한 시대의 십자가를 졌던 것일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2.10 10:39 수정 2022.02.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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