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독서

고석근

 

목적이 없는 독서는 산보일 뿐 독서가 아니다.

- B. 리튼

 

어제 강의 시간에 한 수강생이 오늘 공부하며 독서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전에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었어요. 앞으로도 취미로 책을 읽으려 했거든요. 오늘 모모를 공부하면서 독서의 목표가 생겼어요.”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취미라고 말한다. 힘든 세상에서 잠시 고요히 숨을 쉬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고도의 소비사회다. 소비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사회다. 독서도 일종의 소비가 되었다. 돈이 적게 들면서도 고급스러운 소비행위.

 

학창 시절에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독서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취미랄 게 별로 없어 그냥 무난하게 독서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독서가 취미가 되면 안 된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도 취미로 먹지는 않는다. 독서는 영혼의 양식인데 어찌 독서가 취미가 될 수 있겠는가?

 

책을 취미로 읽겠다는 사람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을 바꾸지 않겠다는 사람들이다. ‘적당히 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즐길 거야!’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을 계속 극복해가야 하는 존재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생각이 계속 새로워지지 않으면 삶이 정체되어 부패하게 된다.

 

다른 동물들은 자연 속에서 본능적으로 살아가기에 삶이 정체되지 않는다. 그들은 상황에 맞춰 살아간다. 힘겨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대를 걸쳐 진화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제2의 자연인 사회, 문화 속에 살아가기에 계속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과 사회, 문화를 가꾸어가야 한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는 근대산업사회가 빼앗아 간 우리의 시간, 삶에 대한 이야기다. 모모라는 어린 소녀는 산업사회에 물들지 않은 영혼이다. 그녀는 시간을 빼앗아 간 회색신사들에게서 시간을 되찾아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근대사회는 시간을 들인 만큼 생산량이 늘어나는 산업사회다. 그전에는 시간은 삶이었다. 농사짓는 일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야 했다. 이제 사람들은 시간은 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계에 맞춰 살아가게 되었다. 마음과 몸의 리듬이 사라져갔다. 사는 게 허망해졌다.

 

삶이 시간이었던 사람을 시계에 맞춰 살아가게 위해 생겨난 것이 학교다. 우리는 학교 종이 땡땡땡.......’ 노래를 부르며 시계의 명령에 순종하는 몸을 만들어갔다. 우리는 조금만 시간이 나면 가만히 있지 못하게 되었다.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는 강박증 환자가 되었다.

 

미하일 엔데는 모모를 통해 우리에게 근대의 시간에 길들여진 몸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고전, 명작은 한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게 하는 영감과 지혜를 준다. 좋지 않은 책은 한 시대의 모순에 순응하게 한다. 이런 류의 베스트셀러들이 많다. 다 나은 삶을 꿈꾸지 않는 인간은 정신적으로 이미 죽은 존재다. 대다수의 베스트셀러들은 이런 우울하고 허무한 삶을 마지못해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다그치지 않고 그게 삶이라고 그들의 귀에 달콤하게 속삭인다.

 

카프카는 독서는 굳어버린 머리를 내리치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독서는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한가한 산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제 강의에서 그 수강생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이제 알겠어요.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근대의 나를 극복해가는 독서를 하겠어요. 새로운 저를 만들어가겠어요.”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

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

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

......

나는 그런 씨앗들의 거짓 없는 속삭임들이 좋아서

꿈의 빛깔들이 너무 좋아서

씨앗들이 있는 침침한 골방에서

같이 잠도 자고 같이 꿈도 꾸고 하면서

또 다른 만남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지요.

 

- 박운식,골방에서부분

 

농부에게는 시간은 삶이었다. 조팝나무꽃이 하얗게 피어날 때, 볍씨를 못자리에 뿌렸다. 씨앗들과 같이 잠도 자고 같이 꿈도 꾸고 하면서’ ‘골방에서살아갔다현대지식정보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삶의 시간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우리 안의 영혼 모모를 깨어나게 해야 한다.

 

작성 2022.02.17 10:43 수정 2022.02.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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