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3연(三緣)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

하진형

사진=하진형


작금의 우리 사회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안타깝게도 혼란의 시대다. 선거는 민주주이의 꽃이라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이상하고 희한한 선거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만든 혼란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선물(present)이라는데 선물은커녕 이대로 가도 과연 미래가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생각할수록 사바세계(苦海)의 한 부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기조차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정녕 이념과 진영의 문제뿐일까? 소위 정치지도자들이 말하는 국운(國運)이 없다고 체념해야 할까. 지금 이 시점에서 투표권자인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주체로서 망연자실해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우선 가장 큰 원인으로 3(三緣)의 병폐다. 지금의 대선 정국에서도 지연(地緣) , 지역문제가 가장 크다. 세계249개 나라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아주 작은 나라에 속한다. 그럼에도 경제강국을 이룬 대단한 민족이다. 그런데 그 작은 나라가 남북으로 반으로 쪼개져 반세기를 훨씬 넘기고는 언제부턴가 삼국시대 비슷하게 나누어져 선거 때만 되면 헐뜯고 있다. 유세차에서 어느 지역의 아들이니 사위라며 표를 달라고 억지 춘향하지 말고 차라리 군대에서 같이 고생한 동기가 사는 곳이라 좋다고 말하라.

 

그리고 혈연(血緣)이다. 문중의 종친회장을 뽑는 것도 아닌데 종씨(宗氏)라면서 당연히 찍어야 한단다. 백의의 단일민족으로 이어져 오다가 다문화 국민까지 다양화된 지 오래다. 그 다양성은 우리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까지 부족장을 뽑듯 할 것인가? 혈연을 중시할 거면 명문선대(名門先代)를 알려 귀감이 되게 하고 실천해야 옳을 것이다. 예전에 기근이 심할 때 이웃이 굶지 않도록 보살핀 우리 조상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하자. 같은 성씨라고 무조건 표()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 버려야 할 것이 학연(學緣)이다. 우리가 지금 동창회장을 뽑고 있는가? 이상하게 지성 있는 학교로 소문난 곳이 더욱 우리 학교 출신을 내세운다. 지성(知性)의 의미가 사뭇 궁금하다. 그 학연의 심화는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야기하여 결국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 모임 자체에는 도태를 부르게 될 것이다. 도태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을 그들만 모른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말하는 소속욕구때문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가 극도로 정보화되고 다양해진 현실에서 소외를 두려워할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것보다도 권력이 약한(소외감을 두려워하는) 비권력자 들의 표를 자신들의 것으로 하기 위해 심리적 압박으로 끌어 모으려는 정치 모리배들의 작전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나라경영의 고전(古典)인 관자(管子)의 목민(牧民)편에 네 가지 벼리(四維)인 예의염치(禮義廉恥)가 바로 서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작금의 대선후보들이 예의염치에는 관심도 없이 지연, 혈연, 학연에만 호소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딱하기까지 하다. 특히 주요 정당 후보들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머리는 저어진다. 예로부터 백성(피지배자)은 물()이고 왕(지배자)은 배()라 하여 정치를 잘못하면 물이 배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 했다. 이 이치(理致)가 현대사회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만 모르는 것인가?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주권자인 우리(國民)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민족은 단군 이래로 나라가 어려울 때엔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백성들이 목숨을 던져 지켜왔다. 그들의 세상은 차가웠고 어두웠지만 나라의 사직(社稷)을 위해 몸을 던졌다. 볼품없이 낡은 책상도 수많은 인재를 키워내었다. 그들에게 지연이나 혈연, 학연 따위는 없었다.

 

3·1절이 다가온다. 연이어 대통령선거가 있다. 이 나라를 반만년 동안 유지시키고 발전시켜 온 조상님들이나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서툰 소속욕구에 얽매여서 저 이가 나와 어떤 관계에 있으니까, 누가 될 것 같으니까, 저 사람은 어차피 안 될 거니까등등의 핑계로 휩쓸려서 주권의 정당한 행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리더를 뽑는 것은 상식적으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면 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을 깨달으면 어떤 특정한 명제에의 집착을 놓게 된다. 모든 것은 생멸유전(生滅流轉)하고 역사가 된다. 지연·혈연·학연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언젠가는 어떤 현상에서 작은 역사의 한쪽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설사 우리 개개인이 대붕(大鵬)은 되지 못할지라도 대붕의 꿈은 꿀 수 있다. 대붕의 뜻을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지하게 휩쓸려 다니는 뱁새로만 살다가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교육부, 행정안전부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이메일 bluepol77@naver.com

 

작성 2022.02.25 10:57 수정 2022.02.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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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