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 시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여계봉 선임기자

전쟁은 인명 살상이고 생명의 파괴다. 특히 독재자들이 자신의 권력 연장 또는 강화를 위해 흔히 '민족'이나 '자존' 등을 내세우며 저지르는 최악의 범죄다. 그러나 지금 인류와 세계는 미치광이 푸틴에 의해 우크라이나 땅에서 저질러지는 무차별적인 끔찍한 살상 행위를 목도(目睹)하고 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지금 자유를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온 국민이 단결하여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 침략군에 맞서 잘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NATO)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무기와 군사 장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3차 세계대전을 염려하여 직접적인 군사력 충돌 행위는 피하고 있어 초강대국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우크라이나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출처: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지금 상황에서 90년 전에 벌어진 스페인 내전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스페인 공화국 정부를 지키려는 스페인 인민 의용군을 돕기 위해 조직된 '국제여단'에는 미국인 수천 명 등 53개국 35천 명이 참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용군 중에는 동시대에 활동해 명작을 남긴 유명한 예술가들도 있었다.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생텍쥐페리, 이 세 명의 작가는 스페인 내전 때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 오웰은 공화파의 편에서 무정부주의 조직의 민병대 소속으로 참전했고 귀국 후 그 경험을 '카탈루냐 찬가'에 남겼다. 생텍쥐페리는 파리의 일간지 특파원으로 내전을 취재했다. 헤밍웨이는 미국의 50개 주요 일간지 발행사들로 구성된 북미신문연맹의 종군기자 자격으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면서 파시스트에 반대해 직접 게릴라로도 활동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걸작이다.

 

스페인 내전 때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한 조지 오웰(좌)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우) (출처:TOPIC/corbis)

 

국제사회의 시민들이 힘을 보태던 스페인 내전 때의 상황이 지금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재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외국인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52국의 국제 의용군이 모여 스페인 내전 때의 국제여단과 흡사한 국제 군단이 편성됐다. 지난 6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의용군 모집에 자원한 외국인이 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들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 출신이며 일본도 7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 채널에서 큰 인기몰이를 한 예능 프로그램 '가짜사나이'에서 일약 유명세를 떨친 이근 대위가 팀을 꾸려 참전을 위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바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용군 참전을 공식적으로 인정은 하지 않지만, 묵인해주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는 여권법 위반, 사전죄(私戰罪) 등에 해당되는 범죄 행위임을 명시하여 처벌 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일단 이들을 여권법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다.

 

미국이나 EU, 나토는 직접 개입을 피하고자 한걸음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의 야만적인 행위를 보고 전 세계인 누구라도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다른 나라 전쟁에 참전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21세기에 말도 안 되는 전쟁 실화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자니, ''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나라 전쟁에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참전하는 사람들이 한편으로 이해되고 공감이 간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세계 1등의 법치국가라 하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싸울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우리는 분단국가가 아닌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권리를 송두리째 부정당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된다.

 

이 세계 저 어디 구석진 곳의 하나의 생명도 따지고 보면 나와 관계없는 존재가 아니다. 하물며 우크라이나의 수백 수천만 명이 불안에 떨고 있고, 이미 수천 명이 생명을 잃고 있는 상황은 결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더 이상의 생명 살상을 중단하고 하루 속히 철군하기를 촉구한다.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전 세계인의 연대를 위해 저 유명한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3.31)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를 옮겨 적는다.

 

누구든 그 개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작은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나가면 우리 땅은 그만큼 작아지고

모래 둔덕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벗이나 당신의 땅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의 손실이다

왜냐면 나는 인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弔鐘)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나니.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작성 2022.03.13 10:33 수정 2022.03.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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