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고석근

 

사람은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될 경우에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극복해 온 일들만을 말해야한다. 그 밖의 말은 모두 요설이요, 경박함에 지나지 않는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나라 학교 교육을 지식위주의 교육이라고 한다. 근대의 공부법이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공부법이다. 신 중심의 중세가 무너지고 인간 중심의 근대가 들어서면서, 인간이 주체가 되어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게 되었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말하는 생각하는 인간은 인간과 세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학문은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나눠졌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인문학도 과학이 되었다.

 

나는 대학 때 철학자의 꿈을 꿨다. 공부모임을 만들어 철학 공부를 했다. 하지만 나는 곧 지쳐버렸다. 과학이 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삶을 애타게 알고 싶어 하는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뒤 오랫동안 철학 공부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 그러다 문학을 공부하며 동양의 공부법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동양의 공부법은 학습이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여 내가 바뀌는 것이었다.

 

특히 왕양명의 공부법은 나의 목마름을 가셔주었다. 삶속에서 내 마음을 키워가는 공부. 얼마나 매력적인가! 대학의 인문학은 죽었다지만, 대학 밖에서는 인문학 공부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그 공부법이라는 게 지식습득이다.

 

강사들은 대학원에서 배운 철학 이론을 아카데믹하게 가르친다. 삶과 연결되지 않는 철학 공부. 그런 철학을 배우면 어떻게 될까? 삶이 더 나아질까?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머리에 파편적으로 들어가 있는 철학 지식은 지적 허영에 빠지게 할 것이다.

 

그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질 것이다. 그 피폐해진 자리에 철학의 관념어들이 들어차고 그는 점점 실제의 삶에서 멀어질 것이다. 우리 주변에 어설픈 책상물림흉내를 내는 어릿광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세상만사를 그들의 얄팍한 지식으로 해석해 버린다.

 

나는 오랫동안 삶을 가꾸는 공부법을 고민해 왔다. 나의 스승은 니체였다. ‘자기가 극복해 온 일들만을 말해야한다.’

 

몇 년 전에 모 사회단체에 강의를 갔을 때, 회장이 말했다. “선생님이 제가 다 아는 걸 얘기하면 저는 듣지 않겠어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나는 내 삶 속에서 나름대로 느낀 것들을 얘기했다.

 

그는 새로운 지식을 기대했을까? 나의 경험담에 의아했을까? 회사의 이사라는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지식 위주의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과 아예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 중 누가 더 지혜롭게 살아갈까?

 

나는 단연코 아예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곱씹으며 삶의 지혜를 발견해낼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인문학 지식을 공부한 사람은 나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기에 삶의 경험들과 얄팍한 지식들이 지혜로 바뀌기 힘들 것이다.

 

인간에겐 누구나 척 보면 아는 타고난 지혜가 있다. 이 지혜를 소중히 가꿔가야 한다. 인문학 지식들은 아주 작은 참고자료가 될 뿐이다. 지식의 습득을 인문학 공부로 알고, 책을 통해 강의를 들으며 유튜버를 보며 인문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안타깝다.

 

어떤 엄마가 

영재교육 그림책을 펴놓고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이건 민들레!” “이건 개나리!” 

 

의자 바로 밑에는 

민들레가 피어 있는데

저기 담장 옆에는  

개나리가 피어 있는데

 

- 서홍관,민들레와 개나리부분  

 

지금 많은 인문학자, 인문학 강사들이 어떤 엄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속에 즐비한 인문학을 말하지 않고, 어려운 철학책을 펴놓고 이건 니체!” “이건 비트겐슈타인!”하고 말하고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3.24 11:33 수정 2022.03.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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