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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농사
- 서정과 온기
저는 포도농사꾼입니다
시 농사도 짓습니다
포도밭 예술제를 열었습니다
이런 저를 포도밭 시인이라 불렀습니다
바흐나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자란
제900여 달빛 포도나무들
소리에 옷을 입혀 혼을 불어넣듯
나무들은 자다가도 일어나
포도밭합창을 하였습니다
그 나무들 지금은 공복입니다
저도 공복입니다
빨간 태양만 이글거리는 왕숙천에서
달팽이만 잡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바람입니다
어제처럼 떠돌다 어제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작노트]
포도밭 폐원을 하였습니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눈물은 어찌할까요. 저 어수룩 공허한 매화의 눈초리, 위장을 비워버린 왕숙천의 바람, 벅찬 심호흡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인 류기봉]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