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아르투어 슈니츨러(1862∼1931)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병원에서 정신의학 및 피부과 의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의사 출신으로 1890년부터 ‘젊은 빈’이라는 문학동아리 일원으로 활동했고, 이때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도 알게 되었다. 그의 문학은 주로 죽음과 성(性)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같은 시대를 산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정신분석 기법을 통해 인간의 심리 상태를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른바 ‘신 빈파’의 대표적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구스틀 소위’는 그가 1901년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오직 머릿속에서만, 정의로울 뿐 실제로는 비겁하고 경망스러운 장교의 끊임없는 내적 독백을 써 내려간 작품인 것이 특이하다. 허영심만 가득한 구스틀 소위는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서둘러 극장을 나오다가 빵집 주인 하베츠발너와 마주친다. 외투 보관소에서 새치기하려던 그를 막아선 하베츠벨러는 구스틀의 군도를 잡고 순서를 기다리지 않으면 검을 부러뜨려 버리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구스틀은 그의 덩치와 커다란 손에 기가 질려 입도 벙긋 못한다. 정신을 추스르고 거리로 나왔지만 온 세상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만 같다. 제빵사가 떠벌리고 다니면 어쩌지, 입 다물어 달라고 부탁하러 갈까 등 별별 생각에 빠져들던 그는 잃어버린 군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자살뿐이라고 판단하고 자살을 결심하고 그 와중에도 남겨질 가족 걱정, 남들의 수근거림, 전에 만났던 아가씨 생각 등 자잘한 생각들로 기득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품위 있게 죽기로 마음을 정한 뒤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아침, 배가 고파진 그는 죽음을 잠시 미루기로 하고, 단골 카페에 들어가 빵과 커피를 주문한다. 종업원은 지난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빵집 주인이 뇌졸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구스틀 소위는 뛸 듯이 기쁜 마음을 감추고 자신의 불명예를 안고 죽은 제빵사가 마지막으로 구웠다는 빵을 맛있게 뜯어 먹는다.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은 내 생에 없었어. 그가 죽었어. 난 위기를 모면한 거야. 카페에 온 것도 엄청난 행운이군.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쓸데없이 자살할 뻔했잖아. 이건 정말 운명이야. 그의 분노가 뇌졸중을 일으켰을 거야. 이제 나는 살아도 돼. 모든 것이 다 내 차지인 거야. 이 빵, 정말 맛있어요, 하베츠발너 씨. 아주 훌륭해요!”
이 작품은 부끄러움과 명예를 모르는 한 장교의 정신 승리를 통해 강한 자 앞에서,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는 강한 인간의 비열한 속성과 또 수시로 변하는 내면의 쉴 새 없는 변덕스러움을 비판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명예는 아랑곳없고 오로지 이익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비루하고 치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도덕성의 부족이다. 자신이 저질러 놓은 잘못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도 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까지 미룬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남기고 싶은 말은, 주인공 구스톨 소위처럼 비열하게 살지 말고 바른 세상, 행복한 세상을 위해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 잘못된 양심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법 이전에 양심이며 도덕성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