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탯줄 당겨져
지금 선생님 가슴 속에서
물결치듯 바람 일듯 하는
생각들은 어떤 것입니까?
또 한 제자가 물어 보자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잠 깨어 꾸는 꿈속에서도
조용히 우리 귀 기울이면
생각들 눈송이처럼 내려
모든 소리를 하얗게 덮지.
우리 깨어서 꾸는 꿈이란
우리 가슴속 하늘나무에
싹트고 꽃피는 구름송이
우리 가슴속 부는 바람
생각의 꽃잎들 흩뿌리지.
세상에 없던 것 홀연히
나타나듯이 우리 생각의
구름송이도 하늘 떠돌다
그 잿빛 바람 부는 대로
해와 달과 별들이 되지.
그렇지만 선생님 봄에는
우리 꿈과 생각의 눈도
모두 다 녹아버릴 텐데요.
이와 같이 반신반의하는
제자 사르키스가 말하자
알무스타파 대답하기를
봄 되면 산과 들에 쌓인
눈 녹아 냇물로 흐르면서
풀과 나무들 자라게 하듯이
우리 가슴 속 눈도 녹아
삶의 강물로 흘러들면서
그 강물은 우리의 모든
꿈과 생각들을 키워주며
저 큰 바다로 데려가지.
봄엔 모든 게 다 녹아서
대자연의 노래로 변하고
저 한없이 넓은 우주에
천천히 내리는 눈송이들
별들까지도 모두 녹아서
노래하는 냇물이 된다네.
우주만물 다 함께 같이
노래하는데 그 누구인들
가만히 잠자코만 있을까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저 바다와 함께 더불어서
넘실넘실 출렁이던 것이
바로 어제가 아니었었나.
빛과 열로 물방울을 녹인
숨을 꿈꾸듯 불러일으켜
생명이란 목숨을 주었고
그래서 우리가 고개 들고
높은 곳을 찾아 올라왔지.
그래도 우리 고향 바다는
우리를 버리지 아니하고
언제나 우리를 불러주지.
비록 자식들이 어버이를
떠나 잊어버린다고 해도
자식 못 잊는 어버이처럼.
그러니 우리들이 아직도
저 바닷소리 듣고 있지.
뙤약볕에 돌산과 모래밭
헤매고 돌아다닐 때에도
언제나 우리들은 바다의
시원한 품을 잊지 못하고
끝없이 출렁이는 바다 속
요람의 평화 그리워하지.
그렇지 않을 수 없으리.
빗방울들 나뭇잎사귀에
눈송이들이 산과 들에
춤추며 내려 축복할 때
산골짜기에 사는 목동이
양떼 몰고 물가로 갈 때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반짝반짝
별 되어 하늘 비춰줄 때
온종일 땀 흘려 일하던
일꾼 집으로 가는 발길
아슴푸레 저녁 안개가
감싸 피로 풀어 줄 때
그 언제라도 저 바다는
그 보이지 않는 탯줄을
당겨 줘 우리로 하여금
고향 잊지 않게 해주지.
우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녹아서 바다로 흘러드는
하늘의 눈송이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