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모옌의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에서 보는 서민은 어디에서 살 것인가

민병식

 

모옌(莫言), 1955~ )은 중국 산동성의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관모예(管謨業)이다. 모옌은 글로만 뜻을, 표현할 뿐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필명이라고 한다. 그는 향토색이 짙은 소설과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관료주의를 풍자는 작품들로 유명하고,1987'홍까오량 가족'으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은 한 노동자가 평생 일해 온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달 앞두고, 해고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국가의 필요에 의해 자신의 전 인생을 기쁜 마음으로 바친 주인공 '딩스커우'는 해고라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함께 해고당한 동료들은, 대부분 무엇이든 자력갱생 할 수 있지만, 자신은 일흔을 바라보는 거의 쓸모없는 몸뚱아리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또 하나의 거의 쓸모없는 몸뚱아리(아내)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는 낙심하여 돌아오는 길에 힘이 모두 빠져 버린 풀린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몇 개월간 치료를 받느라 모아둔 남은 재산을 모두 소진한다.

 

모범적인 노동자로 수없이 많은 칭송과 상장을 받아, 노동자들 사이에서 '사부'로 불리는 딩스커우는 처음에는 연민의 대상이었으나, 생활의 불편함으로 인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급기야 아내에게도 천대를 받는 신세로 몰락한다. 해고된 이후 거의 상품 가치가 없는 과일로 좌판을 열고 소일을 하고 있거나, 인력거를 모는 동료들을 보며 점차 자신이 할 일이 없음을 깨닫는다. 값비싼 외제차를 몰고 공장에 나타나 해고를 선언하고, 공장폐쇄 때문에 일어난 노동자들의 폭력사태를 정리하던 날, 그는 자신의 일생을 헌신했던 공장 주변을 배회한다. 그러다가 역사상 어느 천재도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데 껍데기 만 남아 버려진 버스, 필요한 부품은 공장에서 다 뜯어가고 공장 뒷산의 은밀한 곳에 버려진 버스에서, 한 젊은 남녀가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생각한 것이다.

 

'연인들을 위한 숲속의 쉼터'

 

그는 문 닫은 공장의 고물 더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와 단단하게 안팎으로 자물쇠를 달고,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비밀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설비를 한다. 페인트를 사다가 칠까지 해놓고, 이곳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사랑의 행위'를 마친 후 갈증을 해소하라고 시원한 음료수까지 준비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한 그의 자비는 사회주의 중국이나, 전통 도덕관념에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범죄'이지만 그는 자신의 이 행위가 '사랑을 갈구하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한 자비'로 해석한다.

 

생계라는 냉엄한 현실과 차 안에서, 들려오는 온갖 교성의 줄타기 사이에서 추운 겨울이 다가 올 때까지 그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던 어느 날 중년의 간부급 남녀가 찾아와, 휴식 공간을 사용하겠다고 하고 들어간 후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3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사정도 하고 협박을 해도 끄떡도 없다. 그는 이곳에서 그 들이 동반자살을 하려고 하는 줄 착각하고,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죄도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공안에 가겠다고 일어섰고, 자전거를 타고 결국 사촌 동생이 있는 공안에 찾아갔다. 사촌 동생과 함께 제자, 딩스커우 이 세 사람이 현장에 갔을 때는 이미 밤이었고, 가서 보니 의외로 문이 열린다. 그리고 손전등으로 내부를 하나하나 살펴본 공안 경찰인 사촌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나 참, 개 끌고 산책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 당나귀 끌고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은 봤는데, 공안 경찰 끌고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은 첨이군.”

 

모든 물건이 그대로 있었다. 딩스커우는 한편으로 안심되었고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이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 아닌데, 거 참 이상하네. 혹시 아까 들어간 남녀는 귀신이었나?” 그러자 제자 말했다.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하네요

 

이 중편 소설은 여기서 끝난다. 사회 고발성이 강한 글을 쓴 모옌은 여기서도 고발을 하지만, 유머스럽게 접근하여 주인공인 중국 60대 노인의 세계를 잘 표현했다. 이 소설을 통해 모옌은 사회주의 중국이 경제발전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한 중국인민들에게 얼마나 형편없는 처우를 하고 있는지 말한다. 사회주의 중국이 인민들을 가난으로부터 진짜 해방시키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는 중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지금의 우리나라도, 이 시대 중국 못지않은 아픔을 겪고 있다. 잘 사는 나라는커녕 생존권을 위협받는 처지에 있는 서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랑하는 대한민국,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보이지 않는 아픔이 있을까. 똑같이 부자로 살 수는 없지만 함께는 살아야 한다. 물론 함께 사는 사회는 영원한 숙제다. 누구나 똑같이 잘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답게 살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4.13 12:16 수정 2022.04.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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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