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래길 지선 ‘읍내바래길’ 이야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호호 하하하면서 재미나게 걸을 수 있는 길

사진=윤문기


10km 3시간이 소요되는 남해바래길 중 지선 읍내바래길은 남해공용터미널을 출발하여 남해향교, 남해성당, 봉황산공원, 남산공원, 유배문학관, 청년창업거리, 남해어시장에서 공용터미널까지 남해읍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이다.

 

남해가 관광지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순신순국공원, 독일마을, 다랭이마을, 남해금산으로 집중하고 있어 읍내로 다녀가는 관광객은 참 드문 것 같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남해어시장도 들리고 남해읍이 잘 내려다보이는 봉황산공원에서 남해읍을 좀 내려다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읍내바래길이다.

 

남해읍은 세종16년 터를 잡은 곳이다. 망운산을 주산으로 하여 관대봉에서 횡룡한 맥이 도립남해대학까지 쭉 내려간다. 내룡이 용트림하고 내려오다가 멈칫 선 그 자리 오른편으로는 남산이 있고 왼쪽으로 봉황산이 있다.

 

풍수적 용어로 본다면 우백호는 남산이요, 좌청룡은 봉황산, 주작은 남해도립대학이 있는 뒷산이다. 남해군청은 그런 풍수적인 조건으로 보면 십자 맥에 해당하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있다.

 

풍수에서 십자 맥은 군왕지기라고 한다. 그런 군왕지기의 자리에 있어 그런지 남해군에서 하는 많은 행정업무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곳에서 일했던 단체장들은 중앙으로 갔어도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정지기에 자리 잡고 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다. 감출 장()에 얻을 득()을 사용하여 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다는 뜻이다. 좋은 터에는 바람이 숨고 물이 있다. 그런 좋은 터 남해군청사를 내려다보면서 한 바퀴 돌아 걷는 길이 읍내바래길이다.

 

남해읍내바래길을 걷노라면 편안하고 아늑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조선시대 초등교육 기간인 향교를 지날 때면 향교에 배향되어 있는 동국18현도 생각해 보고, 남해성당를 지날 적에는 예수님이 말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고, 봉황산공원에서는 간식도 먹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해읍이란 땅이 얼마나 좋은지 감탄도 해 본다.

 

오동리 다랭이논도 보고 남산공원에서는 계절마다 달리 피는 꽃들도 감상하면서 걷는다. 남해유배문학관에 가면 고려, 조선 200명 가까이 유배온 선비들은 과연 어떤 생각 끝에 잠이 들었을지, 억울함과 분노로 잠 못 드는 날들은 무엇을 했을지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면 청년창업거리를 지나 남해어시장으로 들어선다.

 

남해읍 재래시장에는 그날그날 싱싱한 해산물의 생동감에 기운이 절로 난다. 읍내바래길은 적당하게 산책하기 참 좋은 길이다. 힘이 드는 길이 아닌지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호호 하하하면서 재미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남해 여행은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하면서 하는 여행도 좋고, 236km의 바래길을 한 달쯤 걸어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있는 유명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남해군의 행정중심지 남해읍을 한 바퀴 돌아보는 읍내바래길을 걷고 남해읍 재래시장에서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아니면 맥주 한 잔을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날이면 잊고 있었던 오래된 친구가 생각날 수도 있고 꿈같았던 지난날들이 스칠지도 모른다.

 

살면서 배꼽 빠지게 웃었던 적도 많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준 상처로 서러워 혼자 운 적도 많다.

살면서 절절하게 사랑할 일도 많았지만

잔챙이 같은 사람들의 이중성에 핏대를 올린 적도 많았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저 씁쓸한 기억일 뿐

희희낙락하면서 살아봐도 한세상 아웅다웅하면서 살아도 한세상,

그냥 자연이 나의 길인 양 무심하게 살아보자.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



작성 2022.05.03 10:37 수정 2022.05.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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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