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의 '원숭이의 손'이 경고하는 지나친 욕심

민병식

 

영국 소설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1863-1943)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인물이다. 그는 1863년 런던 근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부두 관리인이었기에 부둣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 템스강 부두의 기억을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소설 여러 편을 발표했으나 그의 대표작인 원숭이의 손에 비해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화이트' 씨 가족의 세 구성원이 아늑한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어둡고 폭풍우가 치는 밤, 아들 허버트와 그의 아버지 화이트 씨는 화이트 부인이 불 근처에서 뜨개질하는 동안 체스 게임을 하고 있다. 그의 아들이 승리한 후, 화이트 씨는 끔찍한 날씨와 그들이 근처에 사는 거의 황량한 도로에 대해 불평을 한다. 그날 밤, 화이트 씨와 함께 인도에서 복무했던 선임부사관 모리스 상사가 찾아온다. 그는 20년간 전쟁과 전염병, 이국의 낮선 사람들과 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원숭이의 손'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그는 늙은 수도승(작은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던 사람)이 사람들의 삶이 운명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운명에 개입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원숭이의 손'에 주술을 걸었다고 했다.

 

인도 수도승이 주술을 건 이 원숭이 손은 3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이 있으며, 옛 수도자의 손에서 자신의 동료까지 흘러들어왔고 그 동료는 세 번째 이자 마지막 소원으로 자신을 죽여 달라는 소원을 빌어 이후 모리스에게 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친 모리스는 원숭이 손을 벽난로의 불길 속으로 던져 버린다. 깜짝 놀란 화이트 씨는 원숭이 손을 다시 불길 속에서 건져 내고 모리스 씨는 태우라고 충고했지만, 화이트 씨는 원숭이 손을 자신에게 달라고 청한다.

 

화이트 씨는 이제 자신의 물건이 된 원숭이 손을 자세히 관찰하며 묻는다

소원은 어떻게 비는 거죠?”

오른손에 치켜들고 큰 소리로 외치면 되지만...”

저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꼭 소원을 빌어야겠다면 충분히 생각하고 비십시오.”

반신반의하면서 화이트는 집 값을 내기 위한 '200파운드를 받고 싶다'는 원숭이 손에게 첫 번째 소원을 빈다. 그러자 원숭이 손이 잠깐 움직이는 것을 느꼈지만 가족들은 화이트 씨가 잘못 본 것일 것이라고 위로한다. 다음날이 되자 화이트 가족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며 아들은 원숭이 손에 대한 농담을 던지고 출근한다. 그러나 저녁에 아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어떤 남자가 찾아와 아들이 죽었음을 알린다. 그는 허버트가 일하는 공장에서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죽었고 그 보상금으로 200파운드가 나올 것이라고 말을 한다.

 

아들이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1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던 화이트 부부는 잠에서 깬다. 그러다 문득 아내는 자신들에게 소원 두 개가 남았음을 깨닫고는 화이트에게 아들을 살려달라는 소원을 빌라고 한다. 화이트는 그런 일을 겪고도 또다시 원숭이 손에게 소원을 빌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아내의 요구에 의해 '아들을 돌려 달라'는 두 번째 소원을 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화이트 부부는 체념하며 다시 침대로 온다. 그런데 얼마 후,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내는 아들이 집에 도착했다며 당장 문을 열기 위해 내려가려고 한다. 화이트 씨가 막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아내는 내려가 다급히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쉬이 열리지 않는다. 무언가 물컹한 덩어리가 문에 부딪히는 것 같다. 마치 썩은 고깃덩어리가 필사적으로 문에 부딪히며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제발 부탁이요, 녀석을 들이면 안 돼

 

남편의 머릿속엔 참혹한 몰골의 아들 시체가 떠올랐다. 아내는 막무가내로 남편에게 문을 열라고 하지만, 남편은 다급히 원숭이 손을 찾는다. 아내가 마침내 문의 잠금을 푸는 순간, 화이트 씨는 원숭이 손을 찾았고, 다급히 세 번째 소원을 빈다.

 

아들을 당장 묘지로 돌려보내 주시오!”

 

그 순간 노크 소리는 사라지고, 정적만이 남는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그러나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고요하고 황량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만이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인간에게 내재 된 욕망 중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추우면 따뜻한 옷을,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이러한 욕망을 비판하겠는가. 그러나 이 작품에서 말하는 욕망은 단순한 욕망이 아닌 지나친 욕심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많이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분에 넘치는 것을 갖고 싶어 하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부도덕한 행위와 불법을 저지른다. 이 작품은 정당한 노력 없이 얻은 대가는 언젠가 자신을 향한 칼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러니 정당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삶에 충실하라고 말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5.04 11:49 수정 2022.05.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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