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입대하기 전 위로로 많이 들었던 말. 맞는 말이다. 생각보다 빨리 적응이 되었다.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청소하고, 잠을 잔다. 학업과 사역을 병행할 때 비하면 오히려 안정적이고 몸도 건강해지고 있다. 여유가 생긴 걸까? 무섭게만 보였던 나이 어린 소대 선임들도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의지가 되었던 선임 군종병은 한 달을 후 전역했다. 연대에 군종병 보직 인가는 1인이었기에 인수인계를 마치지 못하고 선임은 떠났다. 아니, 전역했다. 업무가 익숙하지 못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선임이 없다는 것은 ‘개꿀’이다. 입대 전 두려움은 사라지고 생각보다 군생활은 평안했다.
“신대원 졸업했으니깐 내가 못 나오면 직접 새벽기도 인도하면 돼.”
군종 목사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민간이나 군이나 교회에서 새벽기도 펑크는 사역자에게 늘 긴장되는 영역이다. 나보다 두 살 위 목사님도 그런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목사님이 힘들 때, 일어나지 못했을 때 새벽기도 인도하는 것이 큰 부담은 아니다. 성경책에 늘 짧은 설교 한편 넣어두면 그만이니깐. 하지만 그 명령은 단순한 예방 차원의 대비책이 아니었다. 그 후 6개월간 목사님은 새벽에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매일 새벽기도를 인도하게 되었다. 주석은커녕 신앙 서적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6개월의 새벽 설교는 만만치 않았다. 주간에 해야 할 업무에 다음 날 새벽 설교가 더해졌다. 군생활에 적응하던 내 얼굴은 피곤으로 가득했고, 반면에 군종 목사님의 얼굴은 평안으로 충만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 또한 적응되었다. 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새벽기도는 내게 좋은 훈련이 되었고 민간목회를 준비하기 전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이 되었다. 중대 행정실 화이트보드에 적힌 ‘매일 군종병 4시 30분 기상’ 메시지는 충분히 고난받는 군종병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누구도 연대 군종병은 편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아침 점호 열외를 문제 삼지 않았다.
군행정도, 군교회 사역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쯤 문제가 생겼다. 군단급 훈련이 우리 연대에서 진행되었다. 부대의 모든 부서가 긴장하며 훈련을 준비했다. “군종은 어떤 준비를 하면 됩니까?” 군종 목사님에게 물어봐야 소득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인사장교님에게 질문했더니 잠시 고민하던 그가 말하길. “모르겠다. 그냥 눈에 안 띄게 잘 숨어 있어라.” 일단 다른 병사들과 같이 위장크림을 바르고 소총을 휴대하며 전투준비 상태로 교회에서 근무하게 된다. 낮 밤이 없는 훈련이었다. 식사는 전투식량으로 대체 되기도 하고 위장크림을 지우지 않은 상태로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본부에는 별 세 개를 달고 있는 장군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적당히 숨어서 큰 훈련도 넘어가는가 싶었다.
“군종병! 얼른 깨워라!”
상황실에서 군종병을 급히 찾는다며 근무자가 급히 나를 깨운다. 훈련 중이라 불편한 잠을 자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상황실에 불려간다. “군종병아 큰일 났다. 군단장님이 새벽기도 가신단다. 군종 목사님은 연락이 안 되고 니가 어떻게 좀 해봐야겠다.” 그 똑똑한 장교들이 군단장님의 종교행사 참석 의지에 아무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군종 목사님이 연락이 닿지 않자 급한 대로 나를 불러 세운 것이다. 훈련 기간이라 그나마 새벽기도 없어서 좋았는데. 갑자기 믿음 좋은 장로님이라는 군단장님이 미웠다.
교회는 내 구역이다.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든 장군이 입장을 하든 긴장하지 않는다. 늘 하던 예배를 진행하면 그만이다. 다만 내 단잠을 깨운 이 상황이 불편할 뿐이다. 익숙하게 예배당 불을 켜고 찬양을 튼다. 장의자 앞자리에 앉아 기도하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다 발소리가 많다. 시간이 되어 강대상에 올라 전면을 바라본다. 별 세 개의 장군님. 그리고 옆에는 우리 연대장님과 참모 장교들이 앉아 있다. 불신자, 타 종교인이 교인이 되는 기적의 현장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상병 계급장이 붙여진 방탄모를 벗어 강단에 올려둔다. 어깨 메어 걸쳐진 소총은 강단 옆에 세워 둔다. 그리고 하던 대로 찬송을 부르고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 나의 마지막 기도로 새벽예배는 끝이 났다.
군종장교의 부재에 문제가 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하지만 조용히 일이 마무리되었는지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내 손에 휴가증 하나가 주어졌을 뿐. 군단장님이 설교하는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연대장님에게 물었다는 후문이 있다. 나는 주의가 필요한 인물이었을까? 문제 있는 관심병사였을까? 연대장님은 나의 학력, 이력, 애가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보고드렸고 군단장님은 휴가 한번 보내주라며 큰 웃음을 지었다 한다. 휴가 명령. 군인에게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는 저 높은 곳에서 이 모든 상황을 분비하신 그분께 감사하며 외쳤다.
“할렐루야!”
[출처] 별 세 개와 막대기 세 개의 새벽기도|작성자 행복한 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