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흙수저의 반전

신연강

부유한 가문 출신이라는 것을 영어로는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고 한다. 즉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 근사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 흙수저라는 말이 회자하기 시작했다. 땅에 굴러다니는 흙 묻은 수저를 물고 바닥에서 철퍼덕거리니 얼마나 비천한 삶의 굴레를 표현한 말인가. 우리 청년들의 기막힌 발상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짠하기 이를 데 없다.

 

알고 보니 그 오래전에 놀랄만한 흙수저가 있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으로 너무도 잘 알려졌고, 인류문명에 큰 발자국을 남긴 그의 출생 비화를 알게 되면 삶에 또 이런 아이러니가 있구나 하며 새삼 놀랄 수밖에 없다. 그의 유명한 이름은 알지만, 그의 출생 비화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대개 재능 있고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눈팔지 않고 정진한다. 즉 한 우물을 파서 일찍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만큼 성공도 빠르고 쉽게 성취할 것이 예견된다. 그런데 천재들의 생각법에서 소개한 다빈치의 삶은 일반인들이 아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점. 그로 인해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대학입학 허가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제도권 내 학교 교육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강화하는 대신 건전한 시민 육성을 위한 상식, 교양, 도덕, 윤리, 보편적이고 논리적인 관점 함양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따라서 편협한 사유와 관점에 갇힐 위험이 늘 도사린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다빈치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거나, 우선순위를 두며 접하지 않았다. 그에겐 다양하고 광대한 호기심의 배움터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따라서 타의에 의해서 제한되거나 이끌림 없이, 자신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것을 무한히 탐색할 수 있었다. 길을 가면서 재미난 돌을 찾는 아이처럼, 그는 세상의 온갖 것을 다양한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그의 <해부도>이다. 여러 걸작으로 알려진 다빈치이지만 <해부도>에는 그의 치열한 탐구 정신과 실험정신이 배어있다. 그 시대에는 의사가 아니면 일반인은 시체를 해부하는 것은 꿈꿀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인체의 기능을 모르면 인체를 그릴 수 없다는 신념으로 수차례에 걸쳐 시체를 사들이고, 심지어 도굴꾼을 매수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냉장시설이 없었던 때이므로 시체 해부는 한밤중에 촛불을 켜고 진행됐으며, 부패한 시체의 악취가 엄청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그는 36세인 1489년부터 30구가 넘는 시체의 배를 가르고, 피부를 벗기고, 뼈를 잘라가며 두 개 골을 해부해갔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해부도를 완성해가며 성취의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그는 흐리게 윤곽을 스케치한 후에 3D 영화에서 보듯 종이에 튀어나오는 명암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그의 해부도는 500년을 앞서 정확하고 세밀하게 작성된 예술적 과학적 걸작으로 남게 되었다.

 

이 작업을 위해 개발한 그의 데생기술은 단편적인 사고와 편협한 관점을 강요하는 제도권 교육을 받았다면 결코 탄생하지 못할 기법이었다. 이처럼 그는 다각적으로 생각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다양한 위치에서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 것이다. 그리고 그 역량과 재능으로 인류문명에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었다. 흙수저의 반전이 가져온 위대한 진보였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신연강 imilton@naver.com



작성 2022.05.23 10:12 수정 2022.05.23 10:35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