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싱그러운 계절 유월이 눈앞이다. 계절의 여왕이 오월이라면 계절의 왕은 유월이 아닐까 싶다. 생명 에너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의 고귀함이 자연으로부터 전해지는 계절이다.
이 싱그런 계절에 경복궁 숲속에는 뻐꾸기 노래가 가득하다. 푸른 하늘이 내려앉은 경회루 연못에 흰 구름이 떠돈다. 시절은 덧없이 흘러 어느덧 일 년의 반 바퀴를 돌았다. 지금 경복궁엔 여름이 다가서고 있다. 삶이 그러하듯 자연도 순환하며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오백 년 역사의 뒤안길에 스러져간 수많은 인걸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 경복궁이다. 누구는 왕이었을 것이고 누구는 수문장이었을 것이고 누구는 환관이었을 것이며 누구는 하찮은 하인이었을 것이다.
역사 속에 이름도 없이 살다 간 사람들의 스토리텔링이 숨어 있는 경복궁에 여름이 오고 있다. 지금은 서양인들이나 동양인들이나 모두 와서 우리의 역사적 공간에 감탄사를 뿜어내며 연신 브라보를 외치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지나치고 있다.
초여름 문턱에서 경복궁의 역사 속으로 이야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거기 우리 조상들의 지난한 삶이 있고 곳곳에 묻어 있는 숨결이 있을 것이다. 푸른 하늘처럼 맑은 경회루의 연못처럼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사뿐히 즈려 밟으며 산책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