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자는 건강을 인간의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기고, 아플 땐 병으로부터 혜택을 얻어낼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여 배워야 한다.
- 히포크라테스
‘건강이 최고야!’ ‘건강만 하면 뭐가 걱정이야?’ 우리는 이런 말을 무수히 듣는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다들 걱정이다. ‘골골하며 오래 살면 뭐 해? 그건 재앙이지.’ 이런 끔찍한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게 죄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이런 말들이 맞을까? 우리는 알고 있다. ‘눈이 나쁘면 귀가 밝아진다는 것’을. 다리 하나가 다치거나 약해지면 다른 다리가 강해진다.
마찬가지로 육체가 약해지면 우리 안의 영적 힘이 깨어난다. 위대한 정신은 건강할 때는 나오지 않는다.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오겠지만, 한 시대를 넘어서는 위대한 생각은 큰 병을 앓는 육체에서 나온다. 무병을 앓고 무당이 되듯.
그런 위대한 정신은 평온할 때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한 인간 안에는 인류의 모든 유산이 저장되어 있다. 인간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헤쳐 나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어떤 일이 닥쳐도 과감히 맞닥뜨려야 한다. 우리가 헤쳐 나가지 못할 위기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 인생은 양이 아니라 질인 것이다.
천년을 산다는 거북이나 하루만 살고 가는 하루살이의 삶의 질은 같다. 그들은 실컷 살다 가는 것이다. 우리도 실컷 사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한 여성 작가는 죽을 때 울부짖었다고 한다.
“실컷 살지 못했어... 생을 사랑해.”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건강을 병이 없는 게 아니라 병과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건강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면, 병이 났을 때 병을 치료할 생각만 한다. 하지만 병이 낫고 나면 어떤가?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은 텅 빈 삶이 된다. 병이 낫지 않으면 병 나을 생각만 하며 삶을 허비하게 된다.
병이 주는 혜택은 엄청나게 크다. 나는 오래전에 크게 아프고 나서 도덕경이 확연히 이해가 되었다. 처음 읽어보는 도덕경을 강의까지 했다. 그 후부터 강의가 두렵지 않았다. 아프기 전에는 지혜가 안개에 가려 있었다.
성현들의 지혜가, 알 것 같은데 막연했다. 선명하게 언어로 잡히지 않았다. 죽음의 고비까지 가니 안개가 걷혀 버렸다. 아프기 전에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건강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았다면, 아플 때 큰 지혜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을 항상 가슴에 되새기고 있어야 한다. ‘현명한 자는 건강을 인간의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기고, 아플 땐 병으로부터 혜택을 얻어낼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여 배워야 한다.’
건강하면 얼마나 좋은가! 삶 자체가 축복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질병을 맞이해야 한다. 아픈 만큼 영적인 힘이 깨어난다. 우리가 타락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순전히 병이 주는 힘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
살다 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 김선우, <사랑의 거처> 부분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크게 아프고 나면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 다른 육체에도 머무는 내가.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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