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와중에 즐거운 비명이 들리는 특별한 곳이 있다. 한때 낡은 한옥이 집단으로 방치되어 있어 재개발을 추진했던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이 요즘 뜨는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대 앞, 압구정동, 문정동 로데오거리,이태원 경리단길 등 잘나가던 상권들이 소위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 지주들이 임대료를 올려 기존의 임차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의 문제로 쇠락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익선동은 아주 특별한 경우다.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6번출구로 나와 작은 도로 하나를 건너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차량도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에 한옥 기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집 한 채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100제곱미터(약 30평) 이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20년에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 선생이 조성한 조선판 뉴타운으로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민족과 한옥을 사랑한 정세권 선생은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전재산을 강탈 당하고 건축면허도 취소되어 더 이상 한옥을 지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익선동으로 들어서면 비좁은 골목에 경양식집, 카페, 빵집, 선물가게, 퓨전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다 작은 화분으로 외벽을 장식한 한옥들이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익선동은 이제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다양한 연령층의 국내 방문객들도 많이 찾는다.
몽땅 철거를 하고 높은 건물을 지은 청진동 재개발지구와는 차원이 다른 모범사례가 익선동 한옥마을 보존사업이다. 청진동 재개발이 피맛골의 역사와 스토리텔링 소재를 파괴했다면, 익선동은 역사와 실용을 접목한 개발철학이 만들어낸 명품 거리다. 익선동 한속마을도 무려 14년 동안이나 재개발지구로 묶여 있다가 2018년에 한옥마을로 지정되었다.
익선동은 좁은 골목 안에 있는 한옥보존지구라 청진동처럼 대형 업체들이 들어와 상권을 유린할 가능성이 낮은 곳이다. 앞으로 집 주인과 임차인들간에 상생의 지혜만 발휘한다면, 불황 속에서도 계속 발전하는 상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사가 잘 된다고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리면 모처럼 살아난 익선동도 언제 쇠락할지 모른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소탐대실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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