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때

고석근

 

물리학을 믿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별이란 단지 고질적인 환상일 뿐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우리는 일상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무한히 흘러가는 직선의 시간을 경험한다. 현대 과학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시간 인식이 고질적인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일상에서 직선의 삶을 체험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을 하다 저녁에 퇴근을 한다. 삶이 직선이니 시간이 직선으로 체험되는 것이다. 과거 농사짓고 살던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체험할까?

 

봄에 곡식의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정성스레 가꾸다 가을에 추수를 하고, 긴 겨울을 지나고 다시 봄이 오면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는 어떤 시간을 체험할까? 원이다. 항상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모든 것이 새해에 다시 시작하게 되는 시간이다.

 

삶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시간, 환상이다. 그 환상을 실재라고 믿으면 우리는 시간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직선의 시간 개념을 가진 사람들은 한탄한다. ‘에구! 이제 여생이 얼마 안 남았네... 갈 날이 멀지 않았어.’

 

하지만 시간을 원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삶과 죽음이 어우러지는 경험 속에서 죽음을 숙명으로 생각할 것이다. 직선의 시간 개념을 가진 사람은 시간에 대한 강박증을 갖고 시간을 아껴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아껴 쓰도 시간은 지나간다. 쏜살처럼. 인생은 봄날의 한바탕의 꿈이 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환상을 만들어낸다. 죽은 후에 갈 영원한 세상, 천국을 상상하게 된다.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한히 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무심히 우리의 삶을 바라보면, 우리는 어떤 시간을 체험할까? 매 순간, 태어났다 사라지는 생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희로애락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삼라만상도 생겨났다 사라진다. ‘무한한 차이의 반복이다. 어제 서산으로 졌던 해가 아침에 동산 위로 말갛게 떠오른다. 매 순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미세하게 다르다.

 

그 미세한 떨림 속에서 우리도 함께 전율한다. 무심히 바라보는 세상은 영원한 율동, 춤이다. 이 속에서 우리도 함께 춤을 춘다. 찰나의 매순간, 우리는 살아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행한다.

 

매 순간 무언가를 행하는 것, 바로 그리스 시간의 신, 카이로스다. 기회의 신이다. 매 순간, 우리는 기회를 만난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가 말하는 영원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 살고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기회를 낚아챌 수 있어야 한다.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 올라오는 알 수 없는 힘, 우리는 매 순간 이 힘이 향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알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충동의 힘으로 길을 걸어간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마다 천지자연이 나를 도와주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누구나 인생에 세 번은 온다는 행운을 이렇게 잡았던 것 같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 황지우, <겨울 산> 부분

 

 

시인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나 보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그렇다. 견뎌야 할 때가 있다.

 

기회주의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머리로 길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끝내 길을 잃고 만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6.30 12:10 수정 2022.06.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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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