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눈칫밥

고석근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요즘 눈칫밥을 먹고 있다. 주말과 일요일, 1030분이 되면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문 열어놓은 식당을 찾아간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술집에 가지 않게 되었다. 대신 아내와 함께 반주를 곁들인 외식을 한다.

 

한여름이 다가오면서 식당들이 문을 꽁꽁 닫아 에어컨을 빵빵 튼다. 나는 코로나 고위험군이라 문 열어놓은 식당을 찾는다. 어제는 간신히 한 식당을 찾았다.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아내와 나는 환하게 웃으며 들어갔다.

 

입구에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두부전골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나는 아내와 얘기를 나누며 막걸리잔을 기울인다. TV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장남이 말한다. “자살하는 사람이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3분의 2정도 떨어지고 나면 깨닫는데,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 한잔 두잔... 갑자기 이 세상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다. 인생무상은 인생이 허무하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는 무상(無常), ()이 없다는 것이다.

 

고정되어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무한히 변화, 생성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 무한한 변화, 생성 속에 있다는 것이다. 4차원의 세상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은 4차원 세계를 넘나든다고 했다. 우리의 감각은 우리가 공간 속에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막걸리가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 온 몸에 퍼져나가며, 나의 오감이 깨어난다. 뇌의 이성적 지각은 약해지고 온 몸의 영적 감각이 깨어난다.

 

나는 몸과 마음이 하나인 상태가 되어간다. 공간이 시간과 하나로 만나 내 앞에 펼쳐진다. 나는 삼라만상의 율동 속에 있다. 아이가 된다. 마냥 즐거운 아이, 아이는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모래성을 애써서 쌓고는, 와르르 무너뜨린다. 아이는 삼라만상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딱딱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3차원의 어른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른은 술을 마셔야 한다.

 

술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음식이라고 한다. 마실 때는 물이었는데, 몸 안에서 서서히 불이 된다. 물과 불의 합일, 친자자연의 창조와 운행의 원리다. 나는 술을 마시며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된다.

 

이 세상과 나는 하나다. 밖을 내다본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다 정겹다. 그들은 나의 부모이고 형제이고 벗이고 나다. 우리는 자살하지 말아야 한다. 술을 마셔 자살하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실내가 너무 더워 문을 닫아야겠다고 한다. 나는 화들짝 3차원 세계로 돌아온다. 아내와 나는 부지런히 수저를 놀린다. 내일은 어디에서 반주를 하나? 3차원의 세계에서는 고통이 가득하다.

 

아내와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간다. 나는 술기운으로 다시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간다. 사막을 걸어가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음주가> 부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본다. 서로의 눈 속으로 들어간다. 서로 거울이 되어 무한히 비춘다.

 

너이면서 나이고 나이면서 너다.

삼라만상의 실상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7.07 11:42 수정 2022.07.07 11:43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