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막심 고리키의 단편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에서 보는 일방적 관계의 폭력성

민병식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의 막심 고리키(1868-1936),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시코프. 부모가 일찍 사망하여 조부모 슬하에게 자랐고 가난으로 인해 초급학교 3년 중퇴 후 11세부터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접시닦이, 제화점 점원 등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노동자였다


톨스토이와 체호프 등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문학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장악한 소련 문학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막심 고리키가 실제로 빵공장에서 일했던 체험을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여기 스물여섯 명의 인부가 있다. 축축한 지하실에 갇혀서 하루종일 빵을 만드는 차라리 스물여섯 개의 살아 있는 기계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주인은 그들에게 점심으로 내장을 주는 등 음식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것들을 주면서 무시했고 그들은 어떤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다. 한 건물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동료에게 욕을 해대는 것 외에는 말없이 일만 했다. 그러나 서로 욕할 거리도 많지 않았다. 고된 노동에 무감각해지고 지쳐버린 사람들에게는 서로 욕할 거리도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유일한 낙은 매일 아침마다 생글거리며 지하공장을 찾아와 빵을 받아 가는 16살의 소녀 타냐를 보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그녀는 신성시되는 우상이었고 그녀에게는 어떤 험담이나 모욕도 허용되지 않았다. 일곱 난쟁이에게 백설 공주가 우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버터 식빵 공장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병사출신의 남자 하나가 가 들어온다. 놀러 와서 하는 소리가 여자들이 자기한테 그냥 들러붙는다는 그런 소리뿐이다. 노동자 중 한 사람이 그녀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남자는 기한 내에 그녀를 넘어오게 하겠노라고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 그들의 우상인 남자가 그녀를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러나 그녀는 평소처럼 매일 아침 빵을 받아갔고 아무런 특별한 일이 없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26명의 인부들에게 모두 현관에 나와서 보라고 한다. 26명의 남자가 현관 벽의 판자 틈새에 몰려들어 마당을 살펴보자 타냐가 지하창고로 들어가고 그다음 그 남자가 따라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타냐는 기쁨과 행복에 빛나는 눈으로 몽롱한 듯 조금 비틀거리며 불안한 걸음으로 나온다. 26명의 남자들은 일시에 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나가 그녀에게 거칠게 고함을 질러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자들이 가로막은 것은 안중에 없다는 듯, 포위를 벗어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더욱 경멸적인 어조로 말한다.

그동안 그녀를 숭배할 정도로 좋아했던 26명의 남자들은 순식간에 돌변해 그녀에게 쌍욕을 해댔다. 왜 그토록 그녀에게 분개하는가. 그들에게는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그들의 소유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가 병사출신의 남자와 창고에 들어갔다가 나온 행위는 그들의 눈에는 타락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선택이자 의지다


26명의 남자들은 자신들의 기대대로만 타냐가 움직여주길 바랬다. 그녀가 그들의 것인가. 자신들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타냐에게 배반의 낙인을 씌운다. 서로 약속을 한 후에 한 사람이 지키지 않는 것이 배신인데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자신 들 마음 대로 타냐가 신성하고 깨끗한 자신들의 여인이라고 잣대를 정해놓고 무작정 공격하는 집단의 폭력성과 이중성,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7.13 11:54 수정 2022.07.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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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