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꿈공장 플러스가 시집 <다들 그래, 괜찮다고>를 출간했다. 저자 신민규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마음을 시집에 가득 담았다. 사랑, 취업, 사회생활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답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속내용 :
장례식장에서
급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도착한 화환들의
숨 고르는 소리 들으며
바쁘게 들어서는 입구
화환이 끝나는 복도 구석에
한 남자가 있다
물 밖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벽에 얼굴을 묻고 끄윽끄윽 울고 있다
죽은 사람이 훌쩍 넘어가버린 벽
산 사람이 그 너머로 던지지 못한
편지 몇 장이 기대어 젖고 있다
사람의 뒷모습은 평평해서
그제서야 적고 싶은 말이 떠오르곤 한다
취준생 여름 나기
더운 여름날
공부하기 편한 반팔 몇 장 사러
들른 옷가게엔
작은 것부터 큰 순서로
정렬된 티셔츠
할인이 몇 번 되어서
가격표가 여러 장 붙어 있다
다음번에는 한 장 더 붙으려나
졸업한 지 몇 개월
뜯어진 달력들은 나에게 붙는다
내년이면 나는 얼마일까
나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구석 할인 매대에는
끝까지 팔리지 못한 옷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
새 옷을 사고
새롭지 않은 풍경을 걷는 길
졸업하고 뭘 하셨습니까
면접관이 공백의 의미를 묻는다면
나는 공백 없는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잘 알기 위해서
도서관 빈자리에 앉는다
이런 날에 의자라도 없으면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