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저녁]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 ​1912년 ~ 1996년, 빼어난 토속어로 한국인의 얼을 시에 담아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1.21 15:18 수정 2019.01.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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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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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규님 (2019.01.26 15:53) 
나타샤 대신..
나 같으면 당나귀를 사랑해 버리겠는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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