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일본의 단편 소설가 구리 료헤이의 '마지막 손님'에서 보는 남을 돕는다는 것의 의미

민병식

 

구리 료헤이(1954 - )는 일본의 훗카이도에서 출생하였고 종합병원에서 10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직장을 그만두고 구연동화 창작에 몰두한 작가다. 그는 훗카이도 대학 의학부에 다녔다고 하며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있고, 소아과 의사를 자칭하면 주민들의 돈을 받아 가로챈 것, 돈을 빌려서 같지 않은 소액사기 등 많은 범죄와도 연관된 적이 있는 등 특이한 경력의 작가다. 또한 그의 작품 중 제일 유명한 '우동 한 그릇'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하였으나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 등이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손님은 열아홉 살이 된 게이코라는 제과점 점원의 이야기이다. 열아홉 살이면 요즘 같았으면 대학생이거나 한창 꿈을 위해 달려가는 청년일 것이다. 불행히도 게이코는 교통사고로 누워있는 엄마와 그리고 남동생 둘, 여동생 셋을 둔 가장이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어가는 성실한 삶을 살고 있었고 제과점에 어린 손님이 오면 종이접기를 보여주는 등 손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고 착한 청년이었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오오쓰의 게이코가 일하고 있는 춘추암으로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리기 위해 손님의 차가 급하게 선다. 손님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춘추암의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여 나고야에서 오오쓰까지 과자를 사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미 과자점 가게 문은 내려진 뒤였지만 게이코는 손님을 위해 가던 길을 되돌아와 과자를 정성스레 담아 손님 시로도 씨에게 건넨다. 돈도 받지 않고 말이다. 전화번호를 받은 후 다음 날 시로도 씨에게 전화를 해 보니 죽기 전에 춘추암의 과자를 맛보고 싶어 했던 시로도 씨의 어머니는 결국 과자를 먹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길이 막혀 시로도 씨의 차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착한 게이코는 이 소식을 듣고 겨울 코트를 사두려고 모아둔 돈 봉투에서 과잣값을 지불하고 손님의 어머니 장례식에 가져갈 과자를 들고 나고야로 간다. 장례식에만 참석하고 돌아오려 했던 게이코는 시로도 가족들의 요청으로 과자를 제단에 올리고 기도한다. 이런 게이코의 모습을 보고 시로도 씨는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한다. 며칠 후 시로도 씨가 과장으로 재직 중인 회사의 홍보신문이 춘추암으로 도착한다. 내용은 인간이 인간으로부터 따뜻한 감동을 받는 다는 것이 이토록 감동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며 게이코를 훌륭히 키운 여러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눈이 오는 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도 아니고 그냥 점원일 뿐인데 퇴근을 하다가 다시 돌아가 문을 열고 과자를 판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오늘 영업 끝났습니다'' 라고 하며 대부분 그냥 퇴근하지 않을까. 그렇다. 난 이 마음을 직업에 대한 상인의 프로정신이라기 보단 인간적인 배려로 보려고 한다. 이 험하고 각박한 세상,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진짜 어렵다. 왜냐하면 먼저 마음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을 돕는다면서 물질을 조금 떼어 주고 스스로 흐뭇해하지는 않았던 가 돌아본다


무언가 나를 내세우기 위해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착한 일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던가, 던져주면 동정이고 마음을 담아 나누면 함께 사는 공생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9.07 11:22 수정 2022.09.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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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