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의전화 김정순 대표>
지난해는 #미투의 엄청난 물결로 성차별적인 사회전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잘못된 권력관계에 대한 사회의 변화를 염원하였다. 검찰과 문화예술계, 연예계등 모든 분야에서 #미투를 외쳤지만 유독 한분야만은 너무 조용하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체육 분야의 병폐로 지적돼 온 성폭력과 폭력에 대해 우리사회의 염려가 있었지만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은 끝나고 힘겹게 빙상계의 미투는 시작되었고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일 것이라는 것이다.
국위 선양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지속적인 성폭력과 폭력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권위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도제식 교육이 원인으로 선수들을 다그치고 코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게 되는 주종관계에 가까운 심히 폐쇄적인 권력구조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운동만 하다 보니 운동만이 살길이 되고 성폭력등 부당하고 반인권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게 됐을 때는 스포츠계에서는 영영 떠나거나 퇴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권력 관계 속에 코치와 선수들이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다고 분석한다.
또한 어린나이부터 합숙과 잦은 전지훈련이 일반화되어서 성폭력 피해에 노출될 염려가 크다는 것이다. 가정을 떠나 부모 대신 지도자의 관리만을 받는 상태에서 합숙이라는 폐쇄적인 환경에 지도자에게 복종하고 단체생활을 우선으로 하는 것에서부터 피해자들은 ‘내가 폭로하면 우리 팀이나 우리 단체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염려로 성폭력은 더욱 은폐되기 쉽다고 말한다.
신체 접촉이 부득이한 코칭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추행을 당한다면, 이게 성폭력인지 아닌지 정확히 구별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추행의 경우 지도를 위한 불가피한 접촉이었다고 항변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피해를 보고도 가해자를 신고·고발할 수 없는 침묵의 카르텔, 징계를 받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미온적인 대처 등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 된다. 같은 체육인이라고 감싸고 또 공적이 있다는 이유로 봐주는 경향 또한 성폭력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우리사회의 성차별적이고 모든 여성을 성적인 대상화하는 잘못된 성문화 때문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든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잘못된 성문화는 운동을 매개로 엄연히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제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성문화는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주문하며 전수 실태조사등을 대책으로 마련하고 있다. 사후 대책뿐아니라 예방 또한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성폭력 피해를 고백해도 보복당할 염려가 없고 가해자는 합당한 책임을 지고 성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했던 주변인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구조적인 문제를 밝히는 등의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성차별적이고 잘못된 성문화를 바꾸고자하는 의지와 함께 끊임없는 변화에 대한 성찰만이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지금이야말로 체육계의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적기이다.